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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단녀

두려움, 초조, 설렘.

by youngstone

최근의 일이었다.

아내와 아이들을 재우고 늦은 밤까지 이야기하던 중

그동안 저편에 묵혀놨었던

아내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아내와 대학시절부터 연애하면서

미국 간호사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혼 이후 두 자녀를 양육하게 되면서

직장을 내려놓고 오로지 신앙과 말씀으로 자녀를 양육하겠다는

결심으로 5년 동안 가정주부로서 삶을 보내왔다.

어느새 아이들은 어느 정도 컸고

아내의 미래를 설계할 때가 온 것이다.


아내와 나는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아내가 커리어를 쌓기 위해서는

더 이상 늦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내의 생각도 마찬가지였고

현 조건에서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들을 모색해봤다.

간호사들은 보통 3교대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 육아와 병행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경력이 상대적으로 좀 짧다는 점이 아쉽다면서

다른 커리어 방향을 고려하기 전에

다시 임상 경험을 좀 더 쌓고 싶다고 했다.

다행인 것은 남편인 나로서는 근무 환경이 상당히 유연한지라

언제든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하원 시킬 수 있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아내의 업무 패턴에 맞게 움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집안일을 누군가가 도맡아서 할 수 있는 상황은 안 되겠지만

일부 아이 돌봄 서비스나 집안일을 맡아서 해주는 서비스를 중개해주는

플랫폼이 많은지라 우선은 아내의 경력을 회복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여

해보자고 생각을 맞추게 되었다.


그러던 중 아내는 자차로 30~40분 거리의 병원에 곧 잘 경력 간호사로

취직하게 되었다. 내심 재취업하는 것이 힘들 수도 있겠다 했지만

같이 자소서, 이력서를 준비하면서 나름 아내가 했던 일들과 경력이

짧지만 임팩트가 있다라고는 생각은 했는데 대형병원에서 일했던 것들은

무시를 못하는 것 같다.

너무나도 감사하게도 바로 취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이제는 남편으로서 보조를 잘해주고 아내가 사회생활을 자신감 있게

잘 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역할일 것 같다.

3교대 근무에 맞춰서 일하는 아내뿐 아니라, 그 패턴에 맞춰서

나의 일정과 업무와 아이들 양육하는 일을 조화롭게 잘

이뤄나가야 하는 앞으로의 문제가 있지만

부딪혀보면서 해보면 된다는 생각이기에

오로지 지금은 아내가 잘 적응해서 다시 사회인으로 잘 정착하기를 바란다.


아내가 취업한 병원은 그리고 나름의 비전이 있어서

잘만 하면 LA에 있는 미국 병원으로도 Relocation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있다.


간호사들은 가정의 상황에 따라 일을 그만둬야 하는 경우도

때로는 업무 스케줄을 바꿔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인데

아이들 양육과 관련하여서 남편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

병원 채용담당자 입장에서는 아주 좋은 스펙이라고 들어서

나름의 자부심을 느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새벽에 퇴근해서 점심에 나갔던 상황에 비하면

그동안 상황을 개선하려고 노력했던 일들이 아내의 경력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경단녀"라는 딱지를 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아내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여자로 태어나서 아이를 낳고 양육해야 하는 사명도 감당해야 하며 꿈을 접어야 하는 사람들이

우리 아내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요즘 시대에는 시간만 있다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고

기회가 주어지는 시대이다 보니 가정, 자녀양육, 꿈을 동시에 좇기에는

너무나도 벅찬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그 어디든 여성들이 좀 더 양육하기에 좋고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각각 가정과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저출산 문제,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가적인 차원의 노력도 좀 더 강화되어야

단란한 가정도 꾸리고 각자의 꿈도 실현하고자 하는

우리들이 더욱 힘을 낼 수 있지 않을 까하는 생각이 든다.


자녀 양육을 위해 힘쓰시는 모든 현재의 여성과

미래의 여성, 그리고 그들을 돕고 베필 하는 남편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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