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기.
지난 1월 31일 회사 사무실에 들러 노트북을 반납했습니다.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퇴사? 는 아니지만, 뭔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3개월간의 육아휴직을 결심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만
회사를 뒤로한 채 돌아서는 발걸음은 꽤나 가벼웠습니다.
기대와 설렘으로 찬 공기가 느껴졌습니다.
10년이라는 개발자로서의 커리어를 잠시 내려놓고
삶을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물론, 두려움이 없다라면 거짓말입니다.
잠시 일을 내려놓는다면 감을 잃으면 어떨지
다시 업무에 복귀했을 때 금방 다시 적응할 수 있을지
두렵게 만드는 요인들을 생각하자면 끝도 없습니다.
하지만, 어두운 면을 보기보다 밝은 쪽을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겨울방학을 맞이한 아이들과 일에 대한 걱정 없이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 동안 근로단축을 하며 정신없이 일과 양육에 매진한 적이 있습니다.
근로단축 없이 병행했을 때보다는 좋았지만, 여전히 정신적 체력적 에너지 소모는 있었기 때문에
장기간 이어가기에는 힘들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이들을 등교시킬 때 첫째와 둘째가 같이 나란히 걸어서 등교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기도 했지만
급하게 오전 9시에 원격으로 출근해서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마음이 편치 않은 날들이 많았습니다.
더욱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때 아이와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절박함이 느껴졌습니다.
아빠가 필요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직관을 느꼈습니다.
더욱이 너무 다양한 미디어 채널에서 잘못된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인 만큼
원 가정에서 부모가 가르침이 더욱 필요한 시기라고 느꼈습니다.
아빠로서 자녀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한 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생각하는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게 도와주기입니다.
생각하는 사람은 그저 주어진 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닙니다.
비판적으로 수용하며 상황에 맞게 판단할 줄 알고 가치관을 만들어갈 줄 아는 사람입니다.
때문이 많은 대화를 하려고 합니다.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방법은 책 읽기, 다양한 문제 풀기, 종이접기 하기, 함께 활동한 것에 대한 느낌 말하기 등등입니다.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빠로서 그저 최선을 다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첫째 딸아이가 오전 늘봄교실이 끝나면
여유 있게 같이 밥도 먹고
방학 동안 뭐 하고 싶은지
이야기도 나눌 예정입니다.
아이에게는 좋은 추억이 되고
저에게는 도약을 위한 쉬어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