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능한 세상 살아가는 지혜를 생각하다 쓴 글
요즘은 하루를 보내고 나면 별로 치열하게 살지 않은 것 같아 자책감이 들 때가 많다.
다들 정신없이 바쁘게 살고 있는데, 나만 그 파도 위에 오르지 못한 느낌이랄까.
그럴 때마다 가끔 중학교 3학년 때 급훈이 사무친다.
오늘은 뭐 할 거니?
당시엔 선생님이 정하신 급훈에 피식 웃음이 나왔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학생들에게 '하루를 계획하며 허투루 살지 말라'는 가장 현실적인 질문이었는데. 가볍게 봤던 급훈이 지금은 제일 무서운 말로 다가올 줄이야.
감사하게도 가는 곳마다 부여된 일들로 일복이 넘쳐나는 시절을 보냈다. 하루를 계획하지 않아도 할 일이 줄을 이었다. 일은 나에게 광야 가운데 매일 주어지는 만나와 메추라기 같은 존재였고,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해왔다. 어디로 가는지는 뒷전. 바로 그게 문제였다. 방향을 찾아 광야를 주체적으로 벗어날 생각은 못한 채 매일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만나와 메추라기에만 집중했으니. 양식이 떨어지면 영락없이 멘붕인 것이다.
최근 몇 년 양식이 똑 떨어졌다. 자동적으로 공급되던 것들이 멈췄다.
그렇다고 스스로 생산할 능력은 갖추지 못했다. 딱 러시아 꼴이 났다. 내게 주어진 것만 믿고 지내다가 갑자기 사방이 막혀버렸다. 이제 자생하는 능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궁지에 몰리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세상이 변했다. 더 이상 예측 가능한 시대가 아니다.
21세기에 전쟁이 웬말이냐는 말이 무색하게 몇 년 사이 연이어 전쟁이 터졌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비극들이 이제는 남의 일만은 아니다. 유가, 환율, 물가의 급등, 항로 중단, 교류 제한 등 우리 일상까지 흔들어놓고 있다. 무엇보다 생존에 집중해야 할 시기이다.
그리고, 이제는 열심히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환경을 만났다.
일일이 내 손으로 내 머리로 했던 일들이 AI가 단숨에 해결해 버리고, 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업무 능력의 척도가 되고 있다. 생각하거나 고민하지 않아도 제시되는 해결책들만 수만 가지니, 거기서 좋은 것들을 택하고 취하는 센스가 있는 사람을 찾게 된다. '열심히 해봤자 무슨 소용인가' 옛 방식에 회의적인 질문이 나오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맥락을 잘못 짚다가는 낙오되기 십상이겠구나 싶다.
AI를 활용할 줄도 알고 그 안에서 내가 파고들 빈 틈을 찾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 이 방법마저 인공지능에게 물어야 하는 상황이라니. 세상은 디지털 문명의 발달로 한결 살기 편해지고 있는데, 그만큼 우리는 그 효율성에 따라 더 많고 다양한 결과물을 도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편하자고 만든 시스템에 얽매일 때도 있다. 잘 판단하고 결단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물론 나도 아직은 옛날 방식을 고수한다. 유튜브 속 AI 목소리가 낯설고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매일 놀라면서도, 손글씨가 여전히 좋고, 직접 내 목소리와 내 손이 가는 것이 더 좋다. 굳이 효율을 따지는 일이 아니라면 시대를 거슬러 아날로그 방식에 머무르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일을 해나가고 싶다.
그래도, 시대의 맥락은 잃지 말자.
이제 광야에서 만나와 메추라기가 떨어지기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식량을 직접 찾아 나서야 할 때.
솔직히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내가 아직 과정 중에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것이 무엇일까?
급변하는 세상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가치는 뭘까?
기왕이면 이런 것들에 집중하고 싶다. 단지 그 방법이 거창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루에도 수만 가지 생각으로(AI 아닌 순수 나의 생각) 머리 속이 들끓지만,
결국은 인간의 한계를 느끼면서 무기력을 무한 반복 중이지만,
지금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시대가 필요로 하는 그 무언가를 꿈꾸며
오늘 하루를 이렇게 또 결론 짓지 못한 안타까움 속에 보낸다.
#프리랜서의비애
#러시아여행작가의고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