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결단이 필요할 때
끝없는 방황과 고민.
시베리아 횡단열차 이야기를 잠시 접어두고,
어떠한 계기로 인하여 나를 괴롭히던 상황들을 하나씩 정리하며 삶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결단 없이는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러시아'라는 암호 하나만으로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순탄한 인생을 살아왔던 나. 어린 나이에 아무 생각 없이 뛰어든 사회생활에 고생만 남고 알맹이는 없는 실상. 그래서 뒤늦은 방황이 끝날 생각을 안한다.
얼마 전 나는 같은 회사를 두 번 퇴사하고 나왔다.
요즘 그 누구도 하기 꺼려하는 인문계 대학원 석사 학위를 마치겠노라고 뛰쳐나왔다. 러시아가 좋은데 관련도 없는 업무만 평생 하기 싫어서 도망쳤다.
나에게 무슨 거창한 계획이 있는 것도, 소위 남들이 말하는 '백'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동기부여도 없었고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는 사회가 미웠고 그 분위기에 지쳐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시베리아에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러시아는 좋고, 뭔가 정신차리라고 스스로에게 깨우쳐주고 싶었다. 특히, 남들에게 보여주기, 그들을 의식하는 삶을 살았던 나는 더이상 우등생, 모범생이기를 그만두고 싶었던거다. 그냥 러시아가 좋을때 만큼은 내가 순수하니까 그 모습일때로 돌아가면 앞으로의 삶에 대한 해답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왔다.
나처럼 소심한 사람이 두 번의 큰 결단을 할 수 있었던 건 러시아에 대한 애정, 전공과 삶의 연결고리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여행을 향한 열정 덕분이었다. 그리고 '유라시아 친선특급'의 여정과 거기서 만난 사람들로 인해 그 불이 더 지펴진 것 같다. 삶의 방식은 누구에게나 다 동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래도 내가 이런 불확실한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 있는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그러하다.
삶에서 결단이라는 건 자기 삶의 가치관이 무엇이며 그것이 지금 내가 가는 노선과 동일한가를 보면 명확하게 판단이 가능해지는 듯하다. 남들이 다 좋은 거라 하는 것, 거기엔 분명히 다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자기만의 의미부여와 명분이 없으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시베리아.. 매우 춥다. 여름에 왔을 때와는 정말 다른 풍경이다. 손발이 시리고 너무 추워서 30분 이상은 걷기 힘들다. 양볼이 발그레해도 신나게 눈위에서 구르며 미끄러지며 노는 러시아 아이들을 보니 얼굴에서 미소가 절로 흐른다. 역시 러시아 어린애들은 어렸을때부터 추위에 단련되었구나. 나도 이런 꿈찾기에 어렸을때부터 훈련되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뒤늦게 하려니 쉽지가 않다.
그래도 결단을 내리는 법을 알았고, 러시아가 앞으로 나와 계속 함께하고픈 꿈의 동반자라는 것은 알았으니 다음 과제 풀기가 수월해진게 아닌가 싶다.
시베리아로 떠나오며 그동안 수고했던 나에게 잘했다고 격려하면서.. 무슨 길이 펼쳐질지는 모르지만 기대되는 앞으로 나의 미래를 위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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