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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소녀 Jan 19. 2016

여행자 같은 삶

여행이 주는 또 하나의 묘미

회사와의 이별 직후 대학원 종합시험을 숨가쁘게 끝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탄 시베리아 이르쿠츠크행 비행기 안.


홀로 고독과 졸음을 혼수상태로 즐기고 있던 무렵,

러시아 승무원의 메뉴 질문을 못알아들어 난감해하던 옆자리 승객을 도와주게 되었다. 승무원의 러시아어는 너무 빨랐고 영어는 어설펐지만 무엇이 들어있는 건지는 알겠기에 나와 똑같은 달걀이 들어간 밥을 대신 주문해주었다.


아오.. 근데 이건 무슨! 정체불명 음식. 그래도 살아야겠으니 적당히 섭취해주었다. 의도치 않게(?) 나와 같은 메뉴를 먹게 된 이웃에게 내심 미안했다.


이를 계기로 옆자리 친구와 말을 트게 되었는데 나는 여행에 뜻이 있는 동료를 만난 것 같아 기뻤다. 무엇보다 놀랐던 건 혼자 이르쿠츠크에 여행하러 왔다는 것이었다. 여자인데다 러시아어는 전혀 모른다. 더 놀라운 것은 5년 전에도 겨울에 힘겹게 바이칼을 보러 왔었고 그 기억을 더듬어 왔다는 것. 숙소도 정하지 않은 채 어떻게 되겠거니 일단 온 거다. 미리 잔뜩 뽑아온 자료들을 보며 비행기 안에서 갈 곳들을 체크하고 있었는데.. 우와 진정 여행자다!


나야 러시아어도 알고 현지에 친구도 있고 그저 쉬러 온거지만, 이 친구에게는 이르쿠츠크가 나름 예전에 본인에게 인생의 전환점을 가져다 준 중요한 곳이었고 그것을 다시 느끼러 온 거였다. 나와 거의 또래나 다름없는 이 친구에게서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뭔가 자신의 삶을 개척해도 제대로 해내겠는 친구겠구나 싶다.


우리는 그렇게 여행길에 인연을 맺어 이 친구의 무사 안착도 도움을 줄 수 있었고, 서로의 여행길을 격려해주고 정보도 주고 받고 하게 되었다. 이처럼 여행길에 만난 사람들은 소중하다. 특히 마음 맞고 이야기 통하고 좋은 사람들이라면 더욱. 내 삶에 자극도 된다. 수동적인 내 삶도 주체적이면서 주도적으로 만들어야 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여행자의 삶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게 해주며, 내가 도움을 주기도 또 도움을 받기도 하는 소중한 순간들이 이어진다. 그래서 늘 기대가 되는 삶이다.


여행자는 평탄하고 좋은 것만 바라거나 찾지 않고 남들이 모르거나 피하는 것들로부터 삶의 가치를 찾는다. 거기에서 인생을 배운다. 매일 책상머리에만 앉아서는 얻을 수 없는 살아있는 지식이자 인생 공부이다.


서로가 가진 목적은 달랐지만 각자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도전하는 마음으로 시베리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우리들처럼, 이야기 속에서 공통점을 발견하며 즐거워할 수 있는 건 여행이 주는 묘한 능력이다.


다음엔 또 어디서 어떤 여행자들을 만나게 될까. 꼭 여행길이 아니어도 삶의 한가운데서 뜻이 일치하고 서로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는 누군가를 또 만나게 된다면 좋겠다. 그 순간을 매순간 기대해본다.


그렇게 모험소녀는

오늘도 시베리아에서 길을 나선다:)


(이 글을 시베리아행 비행기에서 만난 그 친구가 보게 된다면 반갑게 읽어주었으면!)


★ 게재한 모든 사진들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Copyright by 모험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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