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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소녀 Jan 23. 2016

추위도 두드리면 강해진다

시베리아에서의 소회

시베리아에 와서 참 여러가지 경험을 한다. 따뜻한 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상이 감사하다.


문을 나서기 전 매일 영하 20~30도를 밑도는 날씨라 옷을 얼마나 끼어입고 가야 조금이라도 더 걸어갈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냥 따뜻하게 입는게 상책이다. 한국도 엄청난 한파라는데, 그깟 영하 15도쯤이야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물론 한국에서 느껴지는 추위가 다르긴 하지만, 처음 이르쿠츠크에 왔을때 영하 30도가 확실히 추웠다. 방이 따뜻한데도 손발은 계속 차가웠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나와도 금방 몸이 식었다. 그래, 나는 따뜻한 나라에서 온 사람이니까 추운게 당연한거야.


러시아 사람들은 모두 모피나 두꺼운 패딩에 시베리아산 털부츠를 신고 다닌다. 모자를 쓰지 않는다는 건 살인행위이다. 다 생존을 위함이다.

그렇게 추위에 겨우 적응을 하려나 싶었는데, 이젠 한술 더 떠 바이칼에 있는 알혼섬을 가기로 했다. 섬으로 가는 길에 버스기사가 도대체 이토록 추운 겨울에 왜 알혼섬에 가냐고 의아해한다. 가면 춥기만하고 볼 것도 없으니 차라리 여름에 가서 쉬란다. 아니야! 나는 겨울의 바이칼을 직접 보고 싶었고, 알혼섬은 오래 전부터 버킷리스트라 포기할 수가 없다.

음. 하지만 산넘고 얼음 건너의 그곳 날씨는 체감 영하 30도 이하였다. 너무 추웠다. 숙소는 난방은 되었지만 이불 속에서 나오지 않아야 체온이 유지될 정도였다. 내가 여기서 도대체 이 추위에 무엇을 하고나 갈 수 있을까 싶었다. 알혼섬 투어가 있다 해도 너무 추워서 나갈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극한의 상황을 이겨내지 않는다면 여기 온 이유도 없다. 얼어있는 바이칼 위에서 얼어죽는 줄 알았다는 사람들의 말에 옷을 있는대로 다 끼어입고 그냥 가보기로!


아. 정말로 너무나 추웠다. 사진 셔터를 누르지 못할 정도로 거센바람이 온몸을 쳐대니 온몸의 끝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자연은 극한을 이겨내려고 한 나에게 큰 선물을 선사한다. 자연이 만들어낸 엄청난 장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래, 추워도 좋다..!

결국 견디어냈다. 돈주고 다시 못볼 절경과 함께 한 극기훈련을 끝낸 후 러시아식 사우나(바냐)를 하고 나니 오히려 처음 시베리아에 와서 느꼈던 한기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도시로 돌아왔을때 영하 30도에 가까운 날씨였지만 상대적으로 덜 춥게 느껴졌다. 아, 이렇게 추위에 강해지는거구나. 익숙해지는거구나. 그래서 러시아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것이로구나!


삶도 추위와 마찬가지로 그러하겠지.

지금 당장 눈 앞에 있는 일들이 힘들게만 느껴져도, 그보다 더 삶의 무게가 늘어나게 되면 예전의 것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하게 되겠지. 그렇게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나는 강해져 있을 것이고.


그래, 지금의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앞으로 닥칠 더 큰 한파를 잘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라고 생각해야지!


★ 게재한 모든 사진들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Copyright by 모험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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