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어떤 신발을 신을 것인가?

할머니를 보내고...

by 영수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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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와 다르지 않게 터덜터덜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며 요즘 병원에 면회가 힘들긴 한데 알아보고 주말에 할머니를 한 번 뵈러 갈까 생각했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막 점심시간이 될 무렵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평일 그 시간에... 불길한 예감은 맞았다. 변하지 않을 미래를 생각하는 나에게 할머니의 호출은 아니, 어쩌면 신의 호출은 더욱 빨랐고 그렇게 8남매와 사위들, 그리고 여러 손주들 육의 곁에서 떠나셨다. 언제일지 모를 미래에 새 옷과 신발들로 정갈히 할머니를 보내드릴 마음을 가지고 있던 터라 급하지 않게 내려가는 길, 새로이 옷을 장만하여 내려가 할머니를 보내드리는 장례를 치렀다.



할머니 이하 거의 모든 가정이 교회를 다녀 시작부터 끝까지 여러 예배의 순간들이 있었다. 중복되고 비슷한 찬양과 말씀들, 그리고 장례지도사분과 도우미분들이 힘들 정도로 많은 조문객들과 선택하는 과정들의 식구들의 말, 손주들부터 할머니가 다니던 교회 목사님의 눈물 콧물. 이미 예전에 먼저 가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같이 모시려다 우당탕탕에 촉박해지고 발인 날 비바람이 예정되어 하루가 더 걸릴 걸 감안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순탄했다' 날이 너무 좋고 초파일인데도 교통의 부하가 덜해(기사님들이 잘 밟아주셔서?) 발인 날 모두 마무리하였다.



물론, 할머니 이하 여러 식구들이 있어 이해관계들이 완벽히 맞아떨어지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고 지금도 존재할 것이다. 살아온 문화와 환경으로 만들어진 이해와 생각들은 다를지언정 보스(할머니)를 향한 고생과 마음이 다르겠는가? 화장 예배 때 목사님의 눈물 콧물은 할머니가 챙겨주었던 정과 추억들이었다. 할머니를 뵐 때마다 듣는 건 욕심부리지 말고 늘 건강하게 잘 살라는 말이었다. 어릴 때 시골에서 동생과 싸울 때면 할아버지가 크게 노하셨던 게 생각났다.



지금 맨발이든 꽃신을 신고 있든, 내일 어떤 신발을 신을지 미리 계획해도 내일이나 당장 지금 입관하며 신을 습신을 신기거나 신을 수 있다. 내일 어떤 신발을 신을지 장담하거나 알 수 없다. 다만, 톨스토이의 말처럼 “나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은 바로 '지금'이고, 가장 소중한 사람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고, 가장 소중한 일은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



면발은 불고 국물은 자박한 할머니의 라면 레시피, 예전 명절 때마다 먹던 할머니의 양갱과 식혜, 식탁에 맛나 보이는 건 다 나의 앞으로 밀어주다 반찬이 다 앞에 있게 해주던 할머니. 천국 잔치 입성 #부럽다


언제고 나도 맛난 잔치 맛볼 그날까지 지금을 잘 살게요



- 그렇게 만나러 갑니다. (서울행, 동대구역 통과 중)


2024. 05.18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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