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으면 저나 먹지

왜 그렇게 팔아대는지

by 이영선

스튜디오에는 여전히 각종 종교단체 전도인들과 다단계 영양제 영업인들이 주 1회 이상 들이닥친다. 그것도 예의를 갖추지 않은 채 무조건 들어와서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들의 시야에 여기가 할 일 없는 사람들이 모이는 사랑방인 줄 착각을 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알았다. 한국 사회 사람들 대부분이 각종 종교와 다단계 영양제 판매업체에 세뇌당해 있다는 것을. 모든 친절한 사람들은 종교 포교 관련자이거나 다단계 영업사원이라고 생각하면 거의 정답이다. 요즘 깨달았지만, 사람들은 무표정하게 변한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나 같은 사람 빼놓고는 대개는 사람이 사람에게 웃거나 친절하지 않다. 광고판에 나오는 웃고 있는 저명한 인사들도 실제는 사납고 불친절하기 그지없는 경우가 많다. 종교 포교자와 다단계 영업사원들은 흡사 뭔가에 홀린 좀비들 같다.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이 순수하지도 않고 인간을 있는 그대로의 인간으로 보는 법도 모른다. 그게 바로 문제이다. 사람을 좋아하는 척을 하며 저 너머에 무언가를 팔거나 그게 어디이든 자신이 속해있는 종교단체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게 목표다. 그리고 그런 종교단체와 다단계 업체의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 최종의 목표이다. 그건 사기를 치는 것과 똑같다.


사람은 누구나 믿음을 가질 수 있고 그러기가 쉽다. 나도 성경과 거기에 나오는 신(God) 쯤은 믿는다. 아직까지는 그렇게 믿어지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손해 볼 일은 없으니까. 그러면 다 된 거다. 단언컨대, 믿음은 종교 기관이 필요 없다. 각자 믿으면 그만이고, 그건 물질적으로나 무엇으로 증명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건 그냥 그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고 그냥 알아서 주어진 삶을 잘 살면 되는 것이다. 신이 있어서 뭐 어쩌란 말인가. 신이 알라딘의 램프에 나오는 지니는 아니지 않은가. 안 보이는 것을 믿는다면서 물질로 그 실체를 증명하고 패거리 문화를 형성해서 결국 힘과 돈을 얻어 자신들의 존재감을 세상적으로 내보이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세우려는 노력보다는 무언가 다른 영웅 같은 존재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는 허상에 의존하려는 게으른 욕구의 발현일 뿐이다. 세상에 나와 살고 있는 건 전부 사람들이다. 각자 다양한 장단점을 가진 그저 나와 같은 사람일 뿐이다. 그런 이유로 장점만 부풀려 신화적 존재로 키워진 위인전도 다 버리거나 다시 써져야 한다.


나는 이 모든 것 이전에 아무리 좀비가 된 인간일지라도 최소한의 존중의 의미에서 작업실에 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찬 한잔쯤은 흔쾌히 대접하는 편인데, 늘 기승전 다단계 영업 혹은 종교 포교 문구로 끝나는 대화의 공식에 질려서 작업실의 문에 아무나 들어오지 말라는 표지판을 또다시 내걸었다. 사람이 찾아오는 것을 종류별로 분별해서 막아야 한다는 건 슬픈 일이다. 종교 좀비와 다단계 영양제 좀비들. 이들의 끊임없는 공허한 세뇌 문구의 되뇜에 허비한 내 시간이 아까워 이런 날은 밤에 집에 갈 때마다 내 공간의 문을 열어 준 나 자신의 순수한 친절함에 울화통이 터질 정도로 후회를 한다. 이들은 보통 한 번 아니라고 공손히 의사를 전하면 거기에서 상대의 의사를 존중하고 포교나 영업활동을 그만해야 하는데, 1시간이 지나도록 안 가고 계속 낭설을 떠들어댄다. 좋은 시절에 좋은 공간에서 차나 잘 마시고 거기에 있는 사람을 구경이나 하고 가지, 왜 상대의 호의를 한없는 호의로 착각하고 자신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지 모르겠다. 불쌍한 사람들이다. 등을 들춰보면 이들은 아마도 태엽이 달려있을 것이다. 또르르 말려서 그 힘에 의해 거리를 쏘다니는 좀비 사람들. 다음에 누가 또 찾아오면 등 먼저 보여달라고 할 것이다.


정말 건강하려면 적어도 나보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나를 설득시켜야 한다. 장담하건대 현재까지 나의 건강상태는 상위 0.001% 이상일 것이다. 현재 나이까지 병치레 하나 없이 온갖 신체활동을 다 하면서 하루의 90% 이상을 내가 하고픈 것만 하고 이만큼이나 살고 있으면 아주 잘 산 것이다. 건강한 건 별거 없다. 건강하게 타고나는 게 우선인 듯하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즐기며 살면 된다. 먹고 싶을 때 먹고픈 것을 먹고 싶은 만큼 먹고, 싫으면 안 하고 좋은 건 죽도록 하면 종교 기관에 가서 신을 찾고 검증도 안된 영양제 따위를 먹을 필요가 없다. 내가 그렇게 여태 살고 있으니 나는 자신한다. 그래서 이 사람들은 본인들이 설득하려는 문구들이 모순인데도 모순인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좋은 것을 한 번쯤은 권고할 수 있지만, 그걸 강요하지는 않는다. 내가 춤이 좋고 피겨 스케이팅이 좋고 예술이 좋다 해서 상대를 설득까지 해가면서 굳이 멀쩡히 축구 잘하고 있는 사람에게 나의 삶을 강요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내가 안 먹어도 될 두통약이나 달달한 사탕을 자꾸 먹어 당뇨라도 발전된다면 결국은 그 다단계 영양제 업체는 건강에 하나 좋은 일을 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건강하지 않으면 또 어떤가, 삶이 때로는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


온갖 현학적이고 포장지 덮인 사람들이 뭔가 있는 척하면 말하는 것을 무시하고 자신이 직접 느끼고 생각하는 삶을 살면 그게 정답이다. 무슨 자기 얘기 털어놓을 친구 하나 없어 유튜브에 개인사를 떠들어대고, 가발같이 머리를 부풀린 한 교수의 심리상담 채널을 보고(유명해지는 그녀는 교수에서 교주로 보이기까지 한다. 교수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 교수와 교주의 거리는 획 하나 차이라고나 할까), 새벽이며 주말이며 주변 사람 다 내팽개치고 종교 프랜차이즈 건물 따위로 몰려가서 괴상한 문구를 내뱉고 경건한 척 가식을 떨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게 좋으면 본인이나 하고 이렇게 남 일하는 곳에 와서 불쑥 들어와서 민폐를 끼치고 설득하려 하지 않으면 좋겠다. 적어도 그들의 삶보다는 내 삶이 훨씬 더 좋아 보이고 내가 더 건강하고 아름다워 보이기 때문에 그들이 말하는 것은 그들이 가지고 내보이는 아무것으로도 설득이 되지 않는다.


나의 단짝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사람들이 포교나 영업활동도 갖가지 창의적인 형태로 한다는 말을 했다. 친구가 말했다.


"요즘 홈쇼핑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좋으면 저나 먹지 왜 그렇게 남한테 팔아대는지 모르겠어. 명품도 홈쇼핑에 팔고 있으면 시장 제품이지 그게 명품인가? 홈쇼핑에서 파는 옷은 파는 호스트 지들도 안 입어. 자기들도 안 입는 옷을 왜 자꾸 팔아대면서 시끄럽게 구는지......"


역시 내 친구!


나는 전 세계에 펼쳐 있는 수많은 종교 단체 프랜차이즈를 다 합친 것보다 내 친구가 훨씬 좋다. 주변을 보면 친구와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뭔가에 세뇌당해 끌려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등에 태엽이 달리지 않은 자연인들이 이 지구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런 진짜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사람들이여 태엽을 떼고 활짝 웃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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