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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선 Oct 07. 2023

치아교정치료비

건물 인테리어나 차량과 관련한 비용은 비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하게 비용이 부과되고,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수용한다. 자기 몸에 들어가는 중요한 먹을거리인 콩나물 가격에는 쪼잔하게 굴면서 인테리어 업자나 차량 정비소, 혹은 차량 판매자가 몇 백, 몇 천, 억 단위를 언급할 때에는 마치 다른 세상에 살다 온 사람처럼 돈의 단위에 대한 반응이 좀 더 수용적이다. 지갑이나 통장에 있는 현금보다 훨씬 비싼 명품백을 줄 서서 사는 것에도 상당히 너그러운 편이다. 명품샵이나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흥정하는 사람은 많이 보지 못한 것 같다. 오히려 비싸야 기분이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에게 수업을 들었던 일부 피겨맘들은 매일 돈 없는 타령을 하면서 수업료는 헐값을 지불하고도, 아이들이 수업을 하는 동안 수업료 1회보다 더 비싼 건너편 백화점 레스토랑에 가서 점심을 '처먹고' 허세를 부리는 데에는 누가 질세라 달려간다. 어느 때에는 나에게 힘들다고 돈을 빌려달라는 사람도 있었는데, 나중에 다 함께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미용실에 가서 70만 원을 썼다는 둥, 명품 강아지샵에서 비싼 쇼핑을 했다는 둥, 제주도 여행을 가서 얼마를 썼다는 등의 이야기를 해서 참으로 혼란스러웠다. 심지어는 코로나 때 힘들어서 남편이 택배기사를 했다는 분도 있었는데, 얼마 안 가서 고급 수입차를 장만해서 바꿔 타고 오는 걸 보고서 세상에서 저런 허세인간들을 동정하는 나만 제일 멍청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돈을 흥정하는 사람들과는 절대로 수업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수업시간에 다 주어야 할 것을 덜 주는 것을 하지 못하는 성향이기 때문이다. 


내가 교정치료를 받는다고 하니까, 내 구강구조나 내가 뭐 하려고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얼마냐?'라는 것을 먼저 물어본다. '얼마냐'로 대화를 시작하는 저급함을 이해하기 힘들다. '양심치과'라는 개념이 무슨 말인지 이해는 하겠으나, 그건 특정 의사들만 양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현세대 가치관의 트렌드가 만들어낸 대다수의 환자들과 의사들의 합작품이다. 양심 없는 인간들의 합작품이란 소리다. 그리고 사기꾼이 득실거리는 인테리어나, 의료비보다 비싸 보이는 차량정비소 인건비(이런 인건비가 의료비보다 더 저렴해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경험상, 받는 서비스의 양과 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보다 어쩌면 더 저렴한 의료비로 '양심'을 논하고 병원진료를 판단하는 그런 사람들의 '비싸다'는 기준은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양심 명품샵, 양심 정비소, 양심 수입차, 양심 피부관리숍, 양심 미용실, 이런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 것에는 앞다투어 지갑을 연다. 나는 저렴한 것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좋아하고 내가 돈이 있건 없건 합당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 상대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한다. 합리적이라는 것의 기준은 모호할 수 있으나, 적어도 그에 따른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받으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저 좋은 것을 얻으려면 돈이 더 많아야 편한 세상이겠구나라고 생각할 뿐이다. 


병원에 갔는데 가격부터 얘기하는 병원은 가격에 맞추어 자신의 소신과 진료의 질을 떨어뜨릴 것만 같은 인상을 준다. 대다수는 가격부터 물어보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겠지만, 나는 제대로 된, 아니 높은 진료비를 주고서라도 내 몸에 최적인, 그 의료진의 실력과 지식을 최대한 발휘하는 그런 진료를 받고 싶다. 현행 의료제도에서는 아마도 불가능한 옵션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의료 민영화를 공공의료제도와 병행해서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격이 더 중요한 사람은 공공의료를 이용하면 되고, 나 같은 사람은 돈을 더 주고서라도 신뢰할 수 있는 비싼 의료기관을 이용할 것 같다. 지역의료보험가입자라서 어차피 내가 내는 의료비는 해당되는 진료도 거의 받지 못하면서 다달이 엄청나게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같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한 부분이다. 


어쨌든 여러 정황상 정확히 언급할 수는 없지만, 나는 치아교정치료비가 사회 전반의 여타 서비스의 비용과 그 전문성에 비할 때, 어처구니없이 저렴하다고 생각한다. 그건 내가 돈이 있거나 없거나의 여부와는 상관이 없다. 나는 부자는 아니지만, 나름 내가 하는 일에도 많은 시간과, 공부와, 노력을 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치아교정치료를 공부한 갓 현실을 접한 의사라면 이 나라에서 교정치과의사로 살아가고픈 동기유발이 거의 없을 것 같다. 가격만 보면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나는 좋지만, 덕분에 여러 명의 환자를 동시에 접하는 진료실에 누워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양질의 진료에 대한 기대는 이상으로 남겨두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할 수 있다면 한 진료 시간에 함께 있는 나머지 환자들을 몰아내고, 차라리 그 비용을 내가 다 주고 편안히 진료를 받고 싶다. 치과에 진료의자가 하나 혹은 두 개만 있고 환자가 한 명인 그런 병원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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