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벽 앞에서

by 이영선

춤추는 스튜디오 한 구석에

바람 부는 세상과 바람 없는 세상이

유리벽 한 장으로 나뉘어 있다.

얇게 엉긴 거미줄이 바람에 일그러진다.

바람 없는 스튜디오 유리창을 코끝에 대고

삶과 죽음이 교차되는 순간을 멍하니 바라본다.

떠나려는 삶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덩치 큰 잠자리를

가냘픈 거미줄이 용케도 붙잡고 있다.

오늘은 이 후미진 구석을 지나간 손님이 많았나 보다.

아직도 생명이 꺼지지 않은 듯한 벌레 세 마리

작은 호흡만 퍼덕거린 채 힘없이 늘어져 있다.

오직 숨 가쁘게 바삐 움직이고 있는 것은

툭툭 꺾인 다리를 세우며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거미 한 마리뿐

손가락을 유리에 대고 거미줄을 따라 그려본다.

다 볼 수 있는 곳, 아주 가까운 그곳,

유리벽 너머 벌어지는 참혹한 투쟁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듯이

신도 우리를 그렇게 바라만 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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