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형식에 나의 내용을 담는 글
Onions have innate depression.
They are naturally sad creatures.
They are born with spicy tears.
They pour them out when you chop them.
Chop, chop, chop, they will cry.
Chop, chop, chop, they will wail even louder with stinging tears.
Their gloomy mood is contagious,
And easily makes anyone cry.
Should they be heated on the pan,
They will become very soft and sweet.
선천성 우울증
슬픔을 타고난 존재
매캐한 눈물을 품고 나와 잘린 몸 사이로
사정없이 눈물을 쏟아붓는다
싹둑싹둑 양파가 운다
싹둑싹둑 따가운 눈물을 흘리며 서럽게 운다
우울한 분위기는 전염성이 강해서
아무나 울린다
달궈진 팬의 온기를 만나면
그제야 눈물을 멈추고
부드럽고 달콤하게 마음을 달랜다
*이것도 영문시를 먼저 쓰고 한글로 다시 쓴 것이다. 나는 많은 경우 마침표가 있는 문장이 싫다. 내 시는 하나의 그림이다. 글을 쓰는 모든 사람은 작가이고, 시를 쓰는 모든 사람은 시인이고, 나는 그 구분을 '파격'하여 나의 형식에 나의 내용을 담는다. 그래서 '영선아트'가 내 작품들의 장르를 대표한다. 굳이 누가 장르를 묻는다면 말이다. 아무 곳에도 속하지 않지만 모든 곳에 속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 내 작품들이다. 난 이 세상에 나의 고유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었다는 것에 이미 세상에서 내가 이룰 것을 다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표현하고픈 것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더 이상 뭘 바라야 하나 싶다. 예술재단 모임에 갔는데 몇 년 뒤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는 요상한 질문을 모두에게 던졌다. 나는 지금 모습이 과거이고 현재이고 미래이며, 이미 나를 이루었다. 그런 유치한 질문은 사람들끼리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럴 때마다 이곳을 떠나고 싶다는 충동이 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