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영선

오늘 그는 평소보다 일 분이라도 더 빨리 병원 문을 닫고 그곳을 탈출하듯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서둘러 차를 몰아 늪으로 달려갔다. 그대로 조금 더 진료실에 있었더라면 숨이 막혀 곧 의식을 잃어버렸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늪의 입구에 다다랐을 때, 그는 습한 늪의 땅바닥 위에 털썩 쓰러진 채로 그간 참을 수 없이 답답했던 호흡을 거칠게 털어내었다. 늪은 생명과 같은 공기로 비워진 폐의 공간을 다시 채워주었다. 한숨 돌리며 살아난 듯한 그는 몸을 일으켜 세운 후 오른손을 몸 안으로 넣어 몸속에 있는 여러 개의 지퍼들 중 하나를 열었다. 그는 그 안에서 또 다른 모습의 자신을 꺼내어 부드러운 얼굴과 빛나는 눈을 가진 소년이 되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이 달린, 아직 의사의 웃옷을 입고 있는 그의 껍질을 돌돌 말아 커다란 바위벽 아래에 뚫린 작은 굴 속에 잘 숨겨놓았다. 굴의 앞쪽으로는 작은 덤불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트렁크에서 카메라 가방을 챙겨 들고 늪 안으로 이어진 좁다란 오솔길로 들어섰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이영선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춤추고 쓰고 그리고 만드는 통합창작예술가. 장르와 경계를 녹여내어 없던 세상을 만들고 확장하는 자. 그 세상의 이름은 이영선입니다.

11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9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79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