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는 평소보다 일 분이라도 더 빨리 병원 문을 닫고 그곳을 탈출하듯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서둘러 차를 몰아 늪으로 달려갔다. 그대로 조금 더 진료실에 있었더라면 숨이 막혀 곧 의식을 잃어버렸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늪의 입구에 다다랐을 때, 그는 습한 늪의 땅바닥 위에 털썩 쓰러진 채로 그간 참을 수 없이 답답했던 호흡을 거칠게 털어내었다. 늪은 생명과 같은 공기로 비워진 폐의 공간을 다시 채워주었다. 한숨 돌리며 살아난 듯한 그는 몸을 일으켜 세운 후 오른손을 몸 안으로 넣어 몸속에 있는 여러 개의 지퍼들 중 하나를 열었다. 그는 그 안에서 또 다른 모습의 자신을 꺼내어 부드러운 얼굴과 빛나는 눈을 가진 소년이 되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이 달린, 아직 의사의 웃옷을 입고 있는 그의 껍질을 돌돌 말아 커다란 바위벽 아래에 뚫린 작은 굴 속에 잘 숨겨놓았다. 굴의 앞쪽으로는 작은 덤불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트렁크에서 카메라 가방을 챙겨 들고 늪 안으로 이어진 좁다란 오솔길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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