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웃다 보면 즐거워져, 그게 어떤 웃음이던
나는 스스로 싫어하는 모습 중 하나에서 장점을 발견 한 대기업 8년 차 영써티 직장인이다.
스위스 여행을 얘기해 보면,
여행 시작부터 작지만 재밌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 출국 비행기의 체크인을 할 때 비자는 어떤 걸로 갖고 가냐는 승무원의 질문에 매우 놀라 비자가 필요한가요..?라고 되물어봤다. 화들짝 놀란 모습에 승무원분은 업무를 못하실 정도로 크게, 오래 웃으셨다.
- 중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대기하는 동안 공항 내 펍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내 옆자리에 영국인 두 명이 자리했다.
펍의 직원은 영어를 잘했지만 그들이 너무 빨리 말해 메뉴에 대해 물어본 걸 주문 접수하기에 내가 중간에서 ‘영어로’ 정정해 드렸다. 나는 중국어를 못하니까.
그런데 이 무례한 영국의 젊은이들은 나에게 중국어로 고맙습니다가 뭐냐고 물어보는 거 아닌가.
나는 직원과 영어로만 대화했는데!
그래도 중국인이 아니라 정확하지 않지만 아마 씨에씨에 일거라고 대답해 줬다.
그걸 계기로 대화가 시작되었고, 다른 사람이 대화에 참여해도 나를 속이며 놀려먹는 주제에서 벗어나질 않는 것이다. 나 놀리는 거 다 안다고 수차례 말했음에도 말이다.
- 비행기 탑승 직전, 긴 비행을 대비해 라운지에서 샤워를 하고 갔다.
샤워 대기가 있어서 조금 기다려야 했고
일러준 시간보다 30분 일찍 직원이 나를 찾아왔다.
예상 못한 나를 찾는 직원의 등장에 나는 크게 놀랬고, 그 직원은 나를 샤워실로 안내하는 내내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 귀국 비행기를 타기 위해 귀국 전날 공항 근처로 이동해 머물렀는데, 기차 운행 취소 이슈와 호텔 착각 이슈로 예정시간보다 네 시간이나 늦게 도착해 시내에서 저녁을 먹으려던 계획은 호텔 카페테리아에서 맥주와 파스타로 변경되었다.
가뜩이나 복귀하기 싫은 마음인데 마지막 일정이 꼬여 조금 골이 났지만, 맥주 한 모금에 귀에 종이 울리며 나도 모르게 “맛있다”란 소리가 입 밖으로 나왔다.
그 모습에 호텔 직원이 크게 웃고 지나갔다.
그 직원은 내가 저녁을 먹는 속도를 수시로 체크하더니, 일어날 때쯤에 집에서 가져온 간식을 꺼내어 디저트로 먹으라고 주었다. 나. 에. 게.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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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겐으로 가는 길은 취리히던 제네바던 기차를 타고 약 네 시간 정도 들어가야 하고 최소 세 번은 갈아타야 한다.
벵겐역에서 호텔로 가는 길도 온통 눈밭이라 힘든 여정이었다.
그렇게 기진맥진한 채로 방에 도착해 먼저 샤워를 했고, 식당에 가려고 방문을 여는 순간! 맞은편 방에서도 동시에 문이 열려 서로 놀랐다.
나는 반사적으로 해실대듯 웃으며 안녕하세요,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라 했다.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그분은 대답도 없었고 여전히 놀란 가슴 쓸어내리는 듯했다.
저녁을 먹고 방에 올라가는 길, 또 내 앞 방의 그분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었다.
여전히 한마디도 없는 그분..
이쯤 되니 인종차별이란 부정적 생각이 떠오르며 방에 들어왔는데 방에 전화가 왔다.
발신은 맞은편 방!
신발이 너무 예쁘다고 어디 건지 알려줄 수 있냐길래 방문 앞에서 만나 사진 찍어가라 답했다.
사진을 찍은 그분은 고맙다며 악수를 청하더니 미소가 멋지다고 술 한잔 할 수 있냐 물었다.
나의 오랜 연인과 친구, 선배들에게 웃는 게 보기 좋다는 말은 들었어도, 완전 타인에게, 심지어 미소가 아름답다는 말은 처음이라 흔한 유럽인의 플러팅 멘트 중 하나로 치부했다.
그리고 며칠 뒤 호텔 바에서 이전에 내가 방문했을 때 만났던 바텐더를 봤다. 바텐더는 나를 보자마자 여기 오지 않았었냐 물으며 나의 이름을 말했다.(엄밀히 말하면 성이었다.)
나는 어떻게 기억하냐 되물었고, 그도 미소 이야기를 했다.
지난번에 그의 말을 못 알아들어 반사적으로 그냥 하하하 웃으며 넘긴 대화가 많았다.
설산을 트레킹 할 때 익숙지 않은 스노우슈로 인해 대자로 넘어질 때마다 반사적으로 웃었다.
트레킹이 끝나고 가이드는 멋진 미소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셨다.(힘들 것 같다고 징징대더니 웃고 다녀서 다행이야의 뉘앙스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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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나의 반응을 보고 웃던 이들을 보며 나는 타격감이 좋은 사람이 아닌데 왜 웃고, 자꾸 장난을 거는지 의아했다.
심지어 동서를 막론하고 모두가 웃겨 죽을라 하니 말이다.
또, amazing smile에 대해 처음엔 부정적인 방향으로 신경이 쓰였다.
그들이 칭찬한 건 진짜 미소가 아니라 겸언쩍어서, 방어적으로 나오는 웃음이었으니까.
(나는 곤란한 상황에서 방어적으로 웃는 사람이며 좋아하지 않는 나의 모습 중 하나이다.)
하도 듣다 보니 나중엔 그냥 즐겼다.
“방어적 미소면 어때, 호감형 인상을 가진 것에 감사하자. 어쨌든 저 사람들 중 기분 나빠한 사람도 없고 오히려 미소가 멋지다는데, 그렇게 재밌다는데 나쁠게 뭐가 있어?“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최근엔 일상 속에서 방어적 미소조차 띈 일이 없었다.
눈 속 트레킹을 하며, 힘들었는데 계속 웃었다. 물론 멋진 풍경의 도움도 있었지만 말이다.
또, 나의 반응을 보고 재밌어하는 사람들과 결과적으로 나도 같이 웃었다. 왜?라는 머릿속 질문으로 부정적 상상이 일 뻔도 했지만 나도 그냥 반사적으로 같이 웃다 보니 재밌는 이야기가 되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잘 모르겠지만 웃다 보니 즐거웠던 것 같다.
글로 정리가 잘 안 되지만,
습관적으로라도 웃다 보면 결국 즐거움의, 행복함의
편린이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과 감사 일기의 목적도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사고가 흐르더니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에서 좋은 점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싫어하는 나의 단편 또한 입체적인 것이었다.
그렇기에 완벽한 나란 무지개와 같이 실제하지 않는, 그저 빛의 산란인 허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아니다. 완벽은 잘게 부서져 곳곳에 녹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애써 찾을 땐 보이지 않던 완벽의 파편은 종종 우연한 시선에 발견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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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마저 옆자리 앉은 유럽인 친구에게 눈과 미소가 멋지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동안 혼자 여행온 사람에게 던지는 플러팅으로 60% 정도로만 받아들였는데 이쯤 되니 진짜로 생각해도 되겠다 싶었다.
내가 훨훨 날아다닐 수 있는 대륙은 유럽이었구나!
3n 년 만에 찾은 조국을 눈앞에 두고 떠나온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