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영써티 직장인의 스위스 여행기(하)

하. 실없는 고민, 덧없는 욕심

by 영써티

여행기를 더 풀어보면,

정말 행복했다.

나의 삶은 그곳에 없기 때문에 정말 행복했던 것도 알고 있다.


출발할 때 만난 오사카로 가는 실없는 두 런던 젊은이들은 내가 한국인이고 서울에서 왔다는 이야길 듣고

도쿄가 좋은지 서울이 좋은지 물어봤다.

“당연히 나는 서울 사람이니…“

“서울이겠구나.”

“도쿄지.”

서울이라고 할 줄 알았다는 두 젊은이는 왜 도쿄가 더 낫냐고 물어봤다.

나는 거기엔 내 삶이 없으니까라고 대답했다.


아마 내 삶이 막막해 도망치듯 떠난 여행이다 보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스위스에 도착하니 공항에서부터 한국에선 볼 수 없는 풍경들이 나를 맞이했고 덕분에 도착하자마자 서울을 잊을 수 있었다.


이번 여행으로 만난 대부분의 이들은 한국에서 왔다하면 한국에 한번 쯤 가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때마다 그냥 하는 말인 거 안다는 시니컬한 답변을 했고, 그들은 모두 한국의 첨단 기술과 서울의 밤문화(24시간 돌아가는 도시)를 경험해 보고싶다 했다.


서울의 밤문화, 낮과 다를바 없는 한밤의 한국.

편리함에 흠뻑 젖어 불편함을 감수할 용기도 없는 내가 종종 메스꺼움을 느끼는 이유이자, 원조 받던 나라에서 몇 십년 만에 원조를 주는 나라로 성장한 원동력.


사람이, 나자신이 입체적인 것처럼, 나의 나라도 그렇다. 나의 나라를 생각하는 나의 마음도 그랬다.


……………………

이번 여행에 내가 고대했던 건 설산 트레킹이었다.

네시간 코스인 것은 미리 알았지만 시작할 때에나 현실로 인지했는지 가이드와 만나자 겁이 몰려들었다.

체력이 많이 올랐다만 네시간 등산? 가능할까?


시작부터 가이드 안드레를 붙잡고 가능할 것 같냐고 징징댔다. 세번째 물음에 안드레 선생님은 이 트레킹의 주인은 너고, 너에게 맞춰 모든게 진행될 거라고 다독여줬다.


첫 언덕을 넘어가고 안드레 선생님은 우리가 지나온 길을 한번 보라고 했다.

우리는 직선으로 목적지에 바로 오지 않고 돌아서 올라왔다.

“바로 올라오면 거리는 짧지만 경사 때문에 더 어렵고 에너지를 많이 쓰게 돼, 하지만 이렇게 돌아오면 시간은 더 걸리더라도 쉽고 즐겁게 올 수 있어. 결국 우리는 목표에 도달했잖아.“


안드레 선생님이 인생에 빗대지 않았지만, 듣자마자 삶에 빗대어졌다.

중요한건 목적지가 어딘지 아는 것이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니까 나에게 맞춰 경로를 정하면 되는 것이다.


트레킹을 하면서 안드레 선생님은 내가 힘들어 보이면 눈치껏 멈추어 지역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그 설명 안에는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잔뜩 묻어있었다.

그리고 팩토리 가이들을 환경파괴범으로 생각하셨다.

나중에 반환점에서 잠깐 쉴 때, 내 직업을 물어보셨고 나는 “Umm… I’m the factory guy haha;;”라고 답했다.


선생님은 많이 당황하셨지만, 맞다 팩토리 가이들의 사명은 많이 생산하고 많이 파는 것인 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사명과 반대로 필요없는 소비는 하지 않는 것이다.(지키기가 정말 어렵지만 말이다.)


……………………………

벵겐의 호텔에서 시차 부적응인지 아니면 지속된 불면증인지, 나는 밤새 뒤척이다 새벽 다섯시에 운동에 나섰다.

그 시간엔 건물 청소부들이 한창 유리창 닦기 작업중이다.

투명한 창 너머 융프라우요흐를 보며 한번도 창이 이렇게 깨끗하게 유지되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첫날에는 순간 누군가의 노고를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스스로 부끄러워졌다.

둘째날에는 나도 여기서 타인의 행복도 가져다 줄 수 있는 청소일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밀려들어왔다.

(이런 생각으로 투어 가이드도 직업 위시리스트에 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전해 듣기로 청소부도 내 월급보다 많이 번다.)


앞서 말한 “나도 서울에 한번 가보고 싶어”라 말하는 호텔 직원들에게 서울엔 여기와 같은 자연은 없다는걸 알려줬다.

그들은 자기들은 여기는 너무 조용하고, 때론 눈 때문에 며칠간 도시밖을 못나갈 때도 있어 정반대인 한국이 궁금하다고 했다.


조용하고, 내 실없는 고민을 아무것도 아니게 해주는 이 대자연 속 삶이 나는 부러운데 말이다.


인간은 영원히 자신이 가지지 못한 걸 부러워하는 동물인건가?

과연 이곳에서의 내 삶이 존재한다면, 나는 실없는 고민과 덧없는 욕심을 멈출까?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이 또한 실없는 고민이기에 창밖을 바라보면 사라졌지만 말이다.


비잉 둘러 올라간 첫번째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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