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1/11-11/24

떡볶이도 먹고 싶지 않다.

by 영써티

나는 도망치지 말고 차라리 포기하고자 하는, 갈대 같은 대기업 8년 차 영써티 직장인이고 이건 요즘 나에 대한 일기이다.


나는 도망친 이력이 몇 번 있다.

도망친다는 건 그때의 나에게도 무례하고 현재의 나에게도 상처 주는 일이다.

때린 놈 발 못 뻗고 잔다고, 도망쳐 놓고 불편한 감정이 떠오를 때마다 자기 학대로 이어진다.


도망과 포기는 다르다.

포기는 결과가 어떻든 갈무리하여 종국엔 추억으로 남길 수 있지만 도망은 직면할 때마다 그때의 내가 미워진다.


요즘 힘든 상황에 처하며 일상에서,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삶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내가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얘기해 보면,

한 달 전쯤 떡볶이 책을 봤다.

한 번쯤 봐야지 했던 책인데 작가님의 부고소식을 접하고서야 보게 되었다.(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직도 그 얇고 술술 읽히는 문체의 책을 완독 하지 못했다. 나와 다르지 않은 이야기라서 책장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때마침 나에 대해 알아가고 주도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때였으며 몇 장 읽지 않은 떡볶이 책을 통해 나와 같은 이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나도 글을 써봐야겠다 생각했다.


요 근래 내 양심에 반하는 일을 꾸역꾸역 하며 마음 상태가 좋지 못했다.

주 3회 발행을 지향했는데 지난주 1회 발행한 글도 미리 써둔 한편을 그것도 써둔 데까지만 겨우 발행했다.


일을 할 때도, 브런치 작업을 할 때도 집중이 되지 않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3n살이 되어서야 나를 제대로 찾아보겠다는 계획도 함께 말이다.


좋아하던 음식조차 먹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식욕부진에 시달리고 새벽 세시에 일어나 다시 잠들지 못하는 나날들에 시달리니 남겨둔 떡볶이 책이 생각나 최근 몇 장 더 읽었고 작가님도 브런치를 하셨다는 내용을 알게 되었다.


그분도 하고 싶은 일을, 뭐라도 시작하고 싶어 소설을 올리는 브런치를 시작하셨다고 적혀있었다.

또 도망칠 궁리를 하고 있던 나는 내가 왜 이런 활동을 시작했는지 떠올릴 수 있었고, 마음을 다잡고 이번 주 일기라도 쓰고 있는 중이다. 새벽 세시에 말이다.


의욕은 없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또 나중에 가서 후회하겠지. 과거에 미련을 가지는 삶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

그래서 정신과에도 가보았다.

심장이 울컥울컥 하고 집중을 떠나 아무런 생각을 못하는 나의 현재 상태를 호전시키고 싶어서 말이다.

불행히도 처방받은 약은 잠 못 드는 새벽에서 나를 구하지 못했다.

나의 마음의 근육이 약해서 그런 걸까.


선생님은 나의 증상과 이야기를 듣고 약 처방보다는 문제의 원인과 떨어져 보는 건 어떻냐고 하셨다.

다행히도 회사 밖에서는 식욕 부진, 수면 부족 외의 큰 문제는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기술팀으로 복귀를 준비하고 있기에 그때까지만 버티자는 심정이었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드리니, 회사에서 일상적인 생활을 위해 낮은 용량의 약을 처방해 주셨다.


진료받을 때는 회사 밖에서는 조금 나은 상태라 말씀드렸는데 이렇게 좋아서 시작한 일조차도 의욕도, 진척도 없고, 여전히 잠에 못 드는 걸 보면 다음 상담 때는 다시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11/25

어제 회사를 출근하는데 손이 너무 심하게 떨렸다.

결국 이대로는 내년 상반기까지 못 버틸 것 같아 분리를 요청드렸다.

팀장님은 내 이야기를 듣지 않으시려 했다.

이미 한쪽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둘이 맞지 않는다고 하셨다. 내 이야기는 들어보시거나 물어보시지 않으셨다.


나는 그래도 들으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심각한 건들을 말씀드렸다.

말도 안 되는 모형 학습 방법과 그로 인해 매번 바뀌는 결과, 그에 대해 질문하면 매번 내가 부족하다 하면서 무엇이 부족한지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고 본인만의 노하우라 따로 공부할 수 없으니 그냥 받아들이라 하며 유관부서에는 아무 말 못 하시는 부분.

하지만 내 말을 믿지 않는다고 하셨다. 나의 일방적인 이야기라고, 그의 일방적인 이야기는 들으시면서.

온도차에 대해서는 있을 수밖에 없다 생각하지만 이렇게까지 나실 줄이야 그 밑에서 지금 몇 명이 튕겨져 나왔는데!

나는 원하시면 메신저 다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그제야 내 말을 진지하게 들으시는 듯했다.

아! 아니다. 말도 안되는 시비로 옆에서 보던 사람이 신고해야 할 것 같다고 할 정도라고 도 말씀드린 이후부터 한소리 해야겠네 정도로 들으신 것 같다.


그런데 오늘 삼주 전부터 잡아놓은 휴가 일정을 가지고 나를 잡도리하셨다. 본인이 승인해 놓고 말이다.

아 말년을 조용히 보내고 싶은데 시끄럽게 하는 애들이 맘에 안 드시나 보다.

회사는 븅신같이 다니라는 격언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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