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이 되어버리다.
알림음.
문자 한 통.
부고였다.
학사모를 쓰고 환하게 웃는
그 아이의 사진.
분명 부고였다.
나보다 여덟 살 어린 그 아이가 죽었단다.
잘 생긴 얼굴에 스타일이 좋았고
자신만만하던.
아이의 시간은 사진 속에 멈춰버렸다.
순간 나의 시간도 멈춘 듯했다.
사실이 아니길 바래보지만, 사실이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실패와 절망에 무너져 포기한 것은 아니길
바라고.
무엇이 그 아이의 어둠을 붙잡아
시간마저 흐르지 못하게 붙들어 버린 것인지.
마지막 떠나는 모습은 차마 볼 수 없었다.
장례식장은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왔다.
학사모에 환하게 웃던 얼굴 한 번만 더 볼 것을.
따뜻한 밥 한 끼 먹여 보낼 것을.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비집고 떠오르는 슬픔.
아리도록 슬픈 바람이 불어온다.
보석 회사에서 일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매년 여름 회사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로 동원이 되었다.
보석을 깎고 금과 은을 녹여
작품을 만드는 아이들.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작품을
만들고 싶어 했던 녀석.
10여 년 전에 업무로 아이와 연락이 되어
만난 일이 있었다.
그 아이의 모습은 예상과는 달랐다.
앙상해진 몸과 허름한 점퍼.
헝클어진 머리와 수염, 아이의 생활을
단편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을까...
그저 모른 척 넘기고 싶었다.
얼마간의 일거리를 쥐어주고
급하게 돌아서 와 버렸다.
그 후 아이를 다시 볼 수는 없었다.
"나중에 밥 한 번 먹자."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그 아이에게
전한 말이었다.
"네, 연락할게요."
나에겐, 그 아이의 마지막 유언이 되었다.
그때 밥이라도 먹여 보낼걸, 잘 지내는지
한 번만 물어볼걸.
후회와 아쉬움이 나를 힘들게 했다.
이젠.. 소용없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