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의 아픈 기억과 고물 차 한 대.
나의 인생 전반전은 코너에 몰린 채로 끝이 났다.
지금 나에게 남은 건 파혼의 아픈 기억과
고물 차 한대 그리고 오래된 아파트 전셋집...
자격지심과 빈곤감으로 들끓어 오르던
그때는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
알 수 없는 분노에 나의 모든 것들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원망과 분노는 비참할 정도로
힘든 결과를 나에게 안겨 주었다.
균형이 무너진 나의 생활에 온전히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매서운 바람에 흩날려 버리듯 인생의
절반이 날아가 버린 것만 같았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많은 것을 잃고 난 후에 느낄 수 있었다.
바닥에 내던져진 채 몇 년의 시간을 보내고
지난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으며 운이
좋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세상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지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찾아와 주었다.
작은 깨달음이 내 안에서 들끓던 자격지심의
불 덩어리들을 하나씩 잠재워 주었으며
어지럽던 머릿속을 말끔히 정리해 주었다.
세상에 나오기 위해 준비된 것이 얼마나
빈약했었는지 깨달았으며, 그럼에도 큰 문제없이
잘 먹고살았음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었는지
나에겐 천운이 따랐었음을 알게 되었다.
찬찬히 스스로를 뜯고 분해할 충분한 시간이었다.
분해된 나를 다시 조립하는 과정을 마치려 한다.
바닥에 남아서 나뒹구는 나사와 볼트가 왜 이리
많은 걸까... 의문이 들었지만 지난 것은
그대로 내버려 두기로 마음먹는다.
새로운 것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비워두기로...
인생은 알 수 없으니 재미있고 도전해 볼 만한 것,
누구나 생의 끝은 같다. 조급함도 불안함도 필요치 않다.
확실한 한 가지는 좋아질 일만 남았다는 것
조금은 늦어도, 없이 살아도, 착하게 살아도
이제는 괜찮다.
흔들림 없이 나만의 균형을 잡을 수 있으며
단 한 발자국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하며 행복할 수 있다.
인생 후반전은 누구와도 가늠할 필요는 없다.
좋게 살다 보면 좋은 곳으로 흘러간다는 것.
그것이 참된 진리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