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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욱 Jun 07. 2021

유대감을 만드는 경험, 테슬라

 

'기분 좋은 사용자 경험' 연재를 통해 좋은 UX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번 편은 테슬라 전기차 충전과 관련 사용자를 배려하는 디자인을 소개합니다.




은행 번호표에 담긴 사용자 경험


우리는 은행에 가면 자연스럽게 대기 번호표를 뽑는다. 이 번호표는  가지 기능을 한다. 첫째, 아래 그림에서 처럼 나보다 먼저 온 대기자가 몇 명인지 알려줘 대략의 기다리는 시간을 알 수 있게 한다. 둘째, 대기줄에 서서 기다리지 않고 편하게 앉아 있거나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마지막으로 은근슬쩍 껴드는 새치기를 할 수 없 사람들 사이에 기분 나쁜 일 막아준다.


은행에서 대기할 때 뽑는 번호표. 대략의 기다리는 시간을 알 수 있고, 줄을 서지 않게 해준다. (Source: ko.foursquare.com)


제주도에서 전기차를 빌렸던 경험


몇 년 전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를 렌트했던 적이 있다. 주행을 할 때는 내연기관차와 큰 차이를 모르고 잘 썼는데 충전을 하러 가서 당황스러운 일이 생겼다. 지도를 보고 충전소를 열심히 찾아갔을 때 다른 차가 충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일정들이 있어 그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수도 없고, 다른 곳을 다녀온다고 이 곳이 비어 있으리란 보장도 없었다. 은행에서 뽑는 번호표라도 받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런 이 자주 발생하다 보니 전을 하고 있는 차와 충전을 하러 온 차의 차주간 실랑이가 종종 생긴다고 한다. 런 상황에서 제조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남은 충전시간을 내 차에 표시해 다른 사용자를 배려하는 디자인


지난 4월,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때문에 테슬라 모델3를 이틀 동안 빌려 사용했다. 몇 년 전 제주도에서 사용한 전기차와는 전반적인 경험에서 차원이 달랐다. 자율주행과 관련된 기능도 놀라웠지만 특히나 충전과 관련된 경험은 혁신에 가까웠다. 차량 내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컨트롤 패널)에는 슈퍼차저라고 불리는 테슬라의 고속 충전기가 위치한 곳과 충전 가능대수, 그리고 충전하는 동안 주변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편의시설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내 눈길을 끈 것은 충전을 해놓고 차를 비울 때 차량 내 센터페시아 나타난 정보였다. 아래 그림에서 처럼 충전에 걸리는 시간이 큼지막하게 나타났다. 차주는 모바일 앱을 통해서 충전이 끝났을 때 알림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정보가 필요 없었다. 이것은 차주를 위한 정보가 아니라 이곳에 와서 기다리는 다른 사용자를 위한 정보였다. 사용 중이지 않은 슈퍼차저가 있는지 확인하고 오더라도 오는 중 다 차 버릴 수도 있다. 이때를 대비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다른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이 디자인은 참 세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슬라 충전 시 모습. 다른 테슬라 사용자가 슈퍼차저에 왔을 때 앞의 차 충전이 얼마나 남았는지 보여준다. (Source: electrive.com)


테슬라 사용자들은 테슬라를 탄다는 자부심과 그들 사이에 유대감이 유독 강하다고 한다. 제조사에서 서로를 배려할 수 있는 이러한 디자인을 곳곳에 넣어놨으니 그런 마음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 사를 통해 나는 사용자의 정의를 내가 디자인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쓰는 사람들에서 이 행위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까지로 넓게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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