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아닌 것

by 김영웅


별거 아닌 것


별거 아닌 것이 갖는 힘이 있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 같은 것을 본다고 해서 같은 것을 느끼지는 않는다. 여기 살 땐 쳐다보지도 않던 것들이 시간차를 두고 방문객의 눈에는 달리 보인다. 달라진 건 나인 것이다. 별거 아닌 것들은 달라진 나를 깨닫게 한다.


한없이 여유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곳곳에 아름다움과 낭만이 있다. 허접한 분수대 하나도 흐르는 물줄기의 패턴을 관찰하느라 아름답게 보인다. 별거 아닌 것들이 별것이 되는 순간의 내 모습이 나는 좋다.


한때 나 자신을 별것이라고 여겼던 적이 있었다. 나의 고유한 개성을 나의 우월함으로 착각했던 기억이다. 어리석음의 극치였다. 그 사실을 깨닫고 수치스러움을 감당하지 못했을 땐 정반대의 극으로 치닫았다. 거짓된 열등감, 혹은 허황된 열등감에 빠져 자기 비하와 자기 연민으로 나를 갉아먹었던 기억이다. 이 역시 어리석고 어리석은 시절이었다. 나는 나다. 이 명제는 비교를 거부한다. 너는 너이기 때문이다. 고유한 개성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아름다움이다. 별거 아니지만 별것인 그 무엇. 나를 자주 낯설게 볼 것. 나를 계속 새롭게 보려고 애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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