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국
반즈앤노블스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여행 서적 섹션에서 한국 관련 책을 찾아보았다. 나라별이 아니라 도시별로 되어 있었다. ‘서울’이라는 제목의 책이 두 권 있었다. 펼쳐서 훑어보았다. 여러 식당, 호텔, 관광지, 심지어 당일치기, 이틀, 사흘, 나흘 치 추천 일정이 시간 단위로 짜여 있는 페이지도 있었다. 생소했다. 영어로 쓰여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가 단지 서울에 살지 않기 때문도 아니었다. 미국에 소개되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한국이라는 나라가 내가 알고 익숙한 도시와 나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그랬던 것일까?
한복이며 남대문 등의 궁들이 특히 그랬다. 미국에 11년간 살 때도 느꼈던 건데, 외국인들은 한국 사람들이 한복을 평소에도 입는지, 집은 궁이나 한옥 같은 건물에서 사는지 궁금해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외국에 소개되는 한국 고유의 문화에 관련된 조각난 정보 때문이겠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도대체 어느 시대의 한국을 한국이라 칭하고 있는지 불편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지만 한국 고유의 문화를 말할 수 있다는 게 나는 여간 못마땅했던 것 같다.
오늘 훑어본 두 권의 한국 여행 책 안에서도 앞부분은 한복과 한옥과 궁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분명히 독자들에게는 첫인상으로 다가갈 텐데, 토종 한국인인 나 역시 교과서로만 배웠던 과거의 한국을 현재의 한국으로 알려주는 것 같아 여전히 나는 불편함을 느꼈다. 도대체 요즈음 누가 한복을 입고 한옥에 사는가. 과거와 극소수의 사람들을 마치 한국을 대표하는 것처럼 소개하는 건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아니면 그것밖에 한국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인 걸까.
두 여행 책을 참고 삼아 한국을 여행하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진다. 그렇게 하면 외국인들이 알게 되는 한국이 어떤 곳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될까. 그런데 왜 나는 씁쓸한 걸까. 한국이 한국으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은 이 묘한 기분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