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by 김영웅

이유


내가 철학 공부를 놓지 않는 까닭은 첫째, 생각 없이 휩쓸리는 무리에 속하고 싶지 않아서, 둘째, 얕고 가벼운 감성팔이 문장들을 끄적대며 글을 쓴답시고 자족하고 싶지 않아서다.


밀도 있는 글을 좋아한다. 그렇게 잘 쓰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도 내가 많이 미숙해서일 것이다.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마치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세하고 싶지도 않다. 글 읽기를 좋아하고 쓰기도 사랑하는 나는 그렇게 무언가를 가진 척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알아본다. 나 역시 누군가가 보면 그중 하나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적어도 스스로 배우는 일을 하지 않으면서 가르치려고 하거나, 자신의 가벼움을 치장해서 있는 척하지는 않는다. 가식과 허세는 일란성쌍둥이라서 나는 그런 것을 볼 때마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느낀다.


그런 글 속의 문장들의 공통된 특징은 은폐이다. 아마 스스로는 그것을 신비 혹은 절제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진 게 없어서 숨기는 행위와 분명히 가지고 있는 것을 축소하여 보여주는 행위는 엄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문장을 읽을 줄 아는 이의 눈에는 다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 글에 만족하고 그런 글을 계속 우려먹는 사람은 가볍다고 나는 말한다. 그렇게밖에 쓰지 못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가진 게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건 공부하지 않기 때문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좀 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기 때문이며, 스스로도 속고 싶기 때문이다. 이를 총칭하여 나는 가볍다고 말한다.


글을 쓰다 보면 그러나 이런 단계를 대부분 거치게 되는 것 같다. 안주하면 안 된다. 누군가는 누군가보다 조금 더 우아하고 조금 더 있어 보이게 쓸 수는 있겠지만, 계속 쓰다 보면 결국 다 드러나게 되어 있다. 자신의 가벼운 정체는 늘 변죽만 울리는 글로, 제자리에 맴도는 글로, 사유할 거리도 없고 그저 뻔한 감성팔이 문장들로 발현되게 되어 있다. 진정한 작가가 되려면 이 단계에서 스스로 뚫고 나가야 한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삶을 살아내야 한다. 보여주지 않는 글이 언제나 보여주는 글보다 많아야 한다.


읽으면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을 넌지시 일깨우고, 인간을 초월하는 저 너머까지 느낄 수 있는 문장들을 쓰고 싶다. 나에게 이것은 죽는 날까지 애써야 할 분명한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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