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변증법적 발전으로 얻을 수 있는 귀한 열매

처음 읽는 독일 현대철학_’로자 룩셈부르크와 혁명의 변증법’을 읽고

by 김영웅

처음 읽는 독일 현대철학_’로자 룩셈부르크와 혁명의 변증법’을 읽고


혁명은 변증법적 발전으로 얻을 수 있는 귀한 열매


처음 들어보는 철학자의 사상을 단 스무 페이지로 요약한 글만 보고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불가능하다고 안 하게 되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며 나는 항상 제자리, 아니 퇴보하게 된다. 제자리는 고여 있는 자의 자리가 아니라 언제나 다시 돌아온 자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흐르는 물처럼 제자리는 언제나 변화를 맞이하고 성장을 거듭하는 자의 자리이며 그래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제자리는 고여 썩는 우물이 되어선 안 된다. 제자리는 언제나 변함없지만 새로운 곳이다. 그러므로 제자리를 지키는 건 끊임없는 공부와 실천이 필요하다. 제자리를 지키기만 해도 멋진 삶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다.


그런 마음으로 읽었다. 책태기 상태에서 겨우 읽은 스무 페이지. 처음 만나는 로자 룩셈부르크의 사상을 나는 절반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냈는지에 대해서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리 궁금하지도 않았으므로 더 이상 자료를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저번 시간에 읽은 현상학에 대해선 관심이 있어서 관련 서적을 하나 구했고 곧 읽을 작정이지만 말이다.


폴란드 유대인 출신의 로자 룩셈부르크는 맑스주의 여성 혁명가였다. 여성이라고 강조한 이유는 그녀가 활동했던 시대상을 읽어내야 그녀의 진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19세기말 여성의 권위는 21세기 현재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바닥이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비록 젊은 나이에 살해당하며 생을 마감하게 되었지만 로자 룩셈부르크는 시대적이고 개인적인 여러 가지 핸디캡을 극복하고 사상을 남기고 실천에 옮겼던 혁명가였다.


그녀는 베른슈타인이 이끄는 수정주의에 대항하여 날 선 이론을 펴며 혁명의 절대적 필요성을 강조했다. 내가 읽은 스무 페이지를 쓴 저자에 따르면, 로자 룩셈부르크의 사상은 많이 오해되고 있는 듯했다. 이것은 두 가지를 뜻한다고 보았다. 하나는 로자의 사상이 간단명료하지 않다는 것, 즉 그녀는 사상을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사람이었다는 것. 다른 하나는 로자의 사상이 정치적으로 재해석될 여지가 많다는 것, 즉 그녀의 사상은 시대적으로 중요했으며 너도 나도 이용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는 것.


혁명도 정치도, 심지어 맑스의 사상도 거의 문외한에 가까운 내가 로자의 사상을 이해한다는 게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그녀는 맑스주의의 온전한 계승을 하려고 시도했던 것 같고, 자기만의 이익과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그 흐름에서 벗어난 부류와 끊임없이 투쟁하며 외로운 길을 꿋꿋하게 걸어갔던 사람으로 보였다. 자본주의 붕괴의 필연성을 끝까지 주장했고, 혁명은 전위들의 리드만으로는 불가능하고 프롤레타리아의 주체적인 참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했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가 봉기하는 걸 강조했던 게 맑스 아닌가). 그리고 그 주체적인 참여는 단발적으로 가능한 게 아니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변증법적으로 발전해 나가며 마침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보았다. 다시 말해 로자는 혁명도 어떤 극악한 폭력이나 천재지변 같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시간을 가지고 변증법적으로만 가능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래야 실패하지 않는 혁명이 가능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전위들의 리드와 노동자계급의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참여의 조화는 비단 로자가 주장했던 혁명에만 적용되는 논리가 아닌 듯하다. 물론 자본주의의 붕괴라는 객관적인 조건이 전제되어야 로자의 사상이 전개될 수 있는 문제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우리가 몸담고 있는 어떤 공동체의 갱신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이다. 공동체의 갱신은 좋은 리더의 리드만으로도 불가능하고, 구성원의 주체성만으로도 불가능하다. 두 존재자 사이의 소통과 상호 애씀이 전제되지 않으면 어떤 공동체의 갱신 및 유지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굳이 두 부류 중 어느 쪽에 무게중심이 있는지 묻는다면 구성원의 주체성이라고 답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리더의 지도와 교육이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좋은 리더와 좋은 구성원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로자 덕분에 뜻밖의 고찰을 할 수 있었다. 역시 시간을 내어 읽길 잘했다.


* 처음 읽는 독일 현대철학 읽기

1. 노동의 존재론과 칼 맑스의 혁명 사상: https://rtmodel.tistory.com/2092

2.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무의식 혁명: https://rtmodel.tistory.com/2102

3. 프리드리히 니체가 제시한 미래철학의 서곡, 관계론: https://rtmodel.tistory.com/2111

4. 현상학의 창시자, 후설: https://rtmodel.tistory.com/2121

5. 로자 룩셈부르크와 혁명의 변증법: ttps://rtmodel.tistory.com/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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