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운명을 믿든 믿지 않든 모든 인간에게 어느 날 문득 닥쳐오는 운명적인 만남을 보여준다. 그 만남은 언어와의 만남이었고, 문장과의 만남이었으며, 책과의 만남이었다. 그리고 그레고리우스는 그렇게 만난 세상 안에서 저자였던, 이미 고인이 된, 아마데우를 조우한다.
누구를 만나게 되는지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명적인 만남은 어느 날 문득, 갑자기, 전혀 예기치 못한 순간에 느닷없이 일상으로 침투하여 깊숙한 내 안의 나를 일깨운다. 내 안의 내가 긴 잠에서 깨어나는 사건에 방점이 있다.
그 순간을 경험한다면, 그 순간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누구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자아가 한 번 깨어났다는 건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뜻이니까. 그게 운명이라는 뜻이니까.
늘 무언가를 찾는 사람이고 싶다. 늘 열려있는 마음이고 싶다. 무채색의 일상 가운데 색이 침투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그 순간이 도둑처럼 찾아올 때 의심 없이 알아챌 수 있도록. 그레고리우스처럼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