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쓰는가?
뭘 그렇게 써대냐고 구박하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사를 뭐 하러 그렇게 공개하느냐고 타박하는 사람들도 있다. 충분히 공감한다. 나도 그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아니다. 아니게 됐다. 그리고 다시 돌아갈 마음도 전혀 없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과 감정들을 지극히 작고 평범한 일들을 기반으로 글로 옮긴다고 해서 세상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나도 안다. 그러나 내가 글을 쓰는 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런 거창한 바람은 가져본 적도 없다.
왜 쓰냐는 질문을 십 년이 넘도록 무수히 받았다. 그때마다 답이 조금씩 달려졌지만, 요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기념하기 위해서. 아무것도 쓰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말이 나에겐 일종의 계시로 다가왔었다. 그 말을 접한 이후에야 쓰기로 작정했다는 건 아니다. 불분명한 원인으로 계속 써오던 내가 이 말을 접하고서는 그제야 원인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물론 무언가를 남겨야 한다는 강박은 없다. 하지만 모든 인간은 의미중독자 아닌가. 나 역시 그렇다. 나는 글로 쓰여야 어떤 의미라는 걸 가진다고 은연중 생각해 왔던 것이다. 나도 모르던 나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순간을 기념하는 것. 기억하는 것. 일차적으로는 나 자신을 위해서다. 맞다. 이기적인 마음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런 마음은 타자에게 해가 되지 않으므로 이기적이라는 표현보다는 자족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해 보인다. 그렇다. 글쓰기는 나에게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기념하며 삶을 자족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렇게 왜 쓰냐는 이유를 말해도 뭔가 석연치 않는 게 있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그것을 하게 되는 건 사실 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천성이랄까 체질이랄까 하는 말을 사용해도 나는 반대할 마음은 없다. 기념하기 위해서라는, 멋쩍은 말도 결국은 귀납적으로 도출된 하나의 해석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나는 그냥 글쓰기가 좋다. 그냥 쓴다. 이게 나다. 그러므로 나더러 글을 왜 쓰냐고, 뭐 그리 써대냐고 묻는 건 “당신은 왜 당신이냐?”라고 묻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러면 나도 이제는 묻고 싶어진다. “당신은 왜 글을 쓰지 않는가?” 물론 이 말 역시 어폐가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