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있는 글쓰기

거품 없는 글을 위하여

by 김영웅

진정성.

펜과 종이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글 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적당한 정적과 고독, 그리고 자연과 내면의 목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며 사색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의미 없는 부산함에 소진되고, 이어지는 허무함에 또 무릎을 꿇는다. 사색과 성찰을 거치지 않은 글은 그 글을 읽는 이에게도 동일한 효과를 낸다. 마음에 담기지 않은 채 마치 길거리의 간판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글이 되고야 마는 것이다. 읽었으나 읽히지 않은 글. 공해와 같은 글.

한 사람의 진정성이 담긴 글을 사랑한다. 어떤 이익을 도모하지 않는 순수한 글. 특히, 모든 감정을 솔직하고 풍부하게 쏟아내지만 잘 절제되어, 읽는 이로 하여금 숨을 멈추게 하고 그 글의 자발적이고 충실한 노예가 되게 하여, 단 하나의 단어나 문장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유도하는 글을 난 사랑한다. 그런 글을 만나는 날이면 하루를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하지만 세상은 아름다움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퇴색된 진정성으로 가득 찬 글도 넘쳐난다. 가라지 같은 글. 순수함을 교묘하게 가장하여 마치 진정성 어린 글 같으나 그저 하나의 연극에 지나지 않는 그런 글 말이다. 겸손을 추구하는 것처럼 흉내 내다가 누구보다도 강한 교만을 드러내는 꼴이랄까. 그런 글을 읽을 때면 된통 속았다는 기분에 불쾌함을 떨칠 수가 없다.

릴케를 다시 만나고 글쓰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그래, 난 교만한 글이 싫다. 겸손의 옷을 입은 교만과 같은 글, 거짓과 위선을 담백함으로 위장한 글. 가짜 글. 쓰레기 같은 글. 차라리 간판을 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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