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몰락

by 김영웅

작은 몰락.


시간과 돈과 능력과 체력이 제한된 상태에서 모든 일을 다 처리할 수는 없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큰일 작은 일을 구분하고, 큰일을 중요한 일로 작은 일을 하찮은 일로 나눈다. 자본주의가 낳은 가장 큰 괴물인 성공지향적 가치관은 중요한 일에 직장과 높은 사람들에 관계된 것들을, 하찮은 일에 가정과 아랫사람에 관계된 것들을 당연하다는 듯 분류한다. 몰락의 시작이다. 이런 분위기가 되면 인류를 사랑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이웃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르는 상태가 되고,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정작 자신의 아들이 법대 의대에 진학하지 않고 봉사활동에나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을 못마땅해하는 상태가 된다. 가정이 중요하다고 강의하러 다니느라 가정을 돌보지 못하게 되고, 약자와 소수자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외치고 나서 자기 부하 직원에게 함부로 성깔을 부리게 된다.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책을 쓰고 강의하느라 정작 자신은 기도 안 하는 사람과 비슷한 논리다.


큰일과 작은 일을 구분하고, 우선순위를 매겨 선택과 집중을 동원하여 제한된 환경에서 일을 처리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삶의 지혜다. 그러나 그렇게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기준에 대해서 나는 묻고 싶다. 무엇이 우리에게 그렇게 자동적인 우열관계를 설정하게 하고, 그것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조바심을 내게 만드는지.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그 잣대를 부여한 그 무언가에 따르는 게 과연 옳은 건지. 묻어가는 삶이 익명성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안전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삶에 희망은 없다. 타락은 별 게 아니다. 저항하지 않는 것, 새롭게 하지 않는 것, 의도적으로 잠자고 있는 것. 이런 것들이 타락의 현재 모습이며 몰락의 징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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