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이 아름다운 사람

by 김영웅

여백이 아름다운 사람.


언제나 함께 있어도 기분 좋은 사람. 누군가에게서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논리와 이성을 거뜬히 넘어서는 말. 가진 것과 배운 것을 무색하게 만드는 말. 사람다운 사람이란 인정이 녹아있는 말. 나는 어떤 사람일까. 함께 하면 기분 좋은 사람일까. 별 망설임 없이 나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나는 또 하염없이 작아진다.


아이러니하게도 냉철한 이성을 자랑하는 사람도 이런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 한다. 공적으로 드러난 모습은 논리와 이성을 겸비한 합리적인 모습일지 몰라도 경계를 푼 사적인 모습은 한없이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이어서 비합리적이기까지 한 모순 덩어리인 존재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사람 인정을 받는 건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빛나는 순간이 아닌 무대 뒤 혹은 무대 아래에서의 꾸미지 않은 모습,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나는 이를 여백이라 부른다.


여백이 아름다운 사람. 함께 하면 기분 좋고 마음이 편한 사람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인생에서 빛나는 순간은 찰나다. 우리 일상을 이루는 대부분의 순간들은 그 찰나의 여집합으로 이루어진다. 무대 위에서 얼마나 멋지게 빛났는지, 내가 더 빛났는지 당신이 더 빛났는지 묻는 건 빛바랜 질문이다. 나의 눈길은 이제 거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여백에 초점을 맞춘다. 빛나지 않는 여백에서 조용히 빛나는 사람을 찾는다. 그리고 나 역시 이제 그런 사람이 되길 간절히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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