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만 낯선, 그러나 소중한

by 김영웅

익숙하지만 낯선, 그러나 소중한.


캘리포니아에선 태양이 적당히 비치는 날이면 산책을 나서야만 한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함이 느껴지는 날이면 특히 더 그렇다. 어인 일인지 며칠 째 흐린 날이 지속되고 간간이 빗방울도 떨어졌다. 덕분에 화씨 100도를 육박하던 낮 최고 기온이 80도 정도로 낮아졌다. 일과 후 아들과 매일 가던 수영도 잠시 쉴 수밖에 없었다.


적당히 햇살이 비치는 오후에 산책을 나서면 가끔 햇살 때문에 눈이 부셔 온 세상이 빛으로 가득 찬 것 같은 착각 속에 빠지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떤 기분을 느낀다. 문득 내가 타지에 와 있다는 현실감이 꿈처럼 밀려들기도 하고, 낯익은 것들이, 낯익어야만 할 것들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온통 빛으로 둘러싸인 채 겪는 외로움. 어둠 속에서 경험하는 외로움과는 사뭇 다른 기분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꿈만 같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내 모습이 있다. 이런 낯선 기분에 노출되는 경험은 그동안 많이 겪어보았기에 나름대로 그 익숙함에 적응한 내 모습인 것이다. 익숙하지만 여전히 낯선 모습. 이게 이방인의 삶이려나 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증명할 수 없고 의미를 알 수조차 없는 감정과 생각의 조각들을 하나둘 모아 둘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영문도 모른 채 나는 중요한 일들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소중한 것들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점점 더 손에서 많은 것들을 놓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앎 그리고 연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