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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웅 Nov 13. 2023

독서

독서


독서량이 뚝 떨어졌다. 일주일에 한두 권씩 읽어나가는 게 보통인데, 지난 보름간 단 한 권밖에 읽지 못했다. 그것도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어야 하는 책이었다. 사실 독서에 할애한 시간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 이 책 저 책을 집적거렸다. 심지어 그중 두 권은 모두 백 페이지 가량 읽기도 했다. 하지만 지속하지 못했다. 아니, 지속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고 해야 진실에 더 가까울 것이다. 끝내 덮어버린 후 다음에 처음부터 다시 읽자 다짐하고 책장에 도로 꽂아 넣었다. 


진득하게 자리에 앉아 집중하는 내 모습이 희미해진 것 같다. 가을을 맞이하려고 한 발짝 늦게 준비했다가 결국 맞이한 게 겨울이라 그런 걸까. 갑자기 추워지며 연말연시의 분위기가 되어버려 그런 걸까. 을씨년스러운 날씨 때문에 내 마음도 그저 휑해진 거라는 진단이 현재 내 상태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 같다. 


묵직한 벽돌책을 읽기 시작할까 싶다. 그런데 책장을 훑어보니 벽돌책이 한두 권이 아니다. 다시 대략 난감이다. 


한국 들어와서 벽돌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그만큼 책에 투자하는 시간이 감소되었다는 말일 게다. 바뀐 환경에 적응하며 전체 독서 시간은 얼추 비슷하게 맞췄지만, 진득하게 앉아서 책과 교류하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 같다. 이럴 때면 미국에서의 삶이 그립다. 그땐 외롭다고 불평하곤 했던 시간들이 지금은 애틋하게 아려온다. 


C. S. 루이스의 ‘그 가공할 힘’, 파스칼 메르시어의 ‘언어의 무게’, 레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등등이 내 손길을 기다린다. 모두 600 페이지를 넘기는 작품들이다. 올해가 가기 전, 과연 이 책들 중 하나라도 읽어낼 수 있을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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