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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웅 Dec 26. 2023

솔직함, 거짓, 그리고 겸손

솔직함, 거짓, 그리고 겸손


새로운 지식의 습득을 가로막는 건 무지와 무식이 아닌 오히려 기존의 지식이다. 지식인이 편협하고 옹졸한 사람으로 변모하게 되는 원인도 마찬가지다. 다 알지 못했으나 다 안다고 여긴 대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던 대가, 곧 그것은 교만의 열매다. 필요한 건 겸손. 별 거 아니다. 많이 알아도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 모르면 모른다고 시인하는 것이다. 이것은 솔직함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겸손은 솔직함의 표현형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겸손의 의미를 착각한다. 많이 아는데 적게 아는 것처럼 행세하는 걸 겸손이라 생각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 필요에 따라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거짓을 동원해서 행할 수 있는 겸손은 진정한 의미의 겸손이 아니다. 겸손은 자신을 낮추고 타자를 높이는 것인데, 이러한 겸손은 자신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곧잘 활용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거짓 겸손이다. 많이 아는데도 적게 아는 것처럼, 혹은 모르는 것처럼 굴 줄 아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나는 솔직한 사람을 좋아한다. 카멜레온 같이 거짓 겸손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프로페셔널하게 지낼 수는 있다. 그러나 결코 내 속을 털어놓을 수는 없다. 그리고 나에게 묻는다. 겸손의 모양을 내게 될 때 그 겸손은 솔직함에서 비롯되는가, 거짓에서 비롯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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