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기
추억에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기억하는 시간은 곧 이해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간을 거슬러 침투한 그 특정한 공간을 다시 방문할 때마다 기억하고 싶은 과거가 점점 커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기억은 해석이며 그 중심에는 내가 있다.
나이를 먹으며 말을 줄여야 한다는 조언을 듣는다. 그래서 그런 걸까. 종종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침묵을 지키는 게 옳다는 확신이 들 때가 잦아진다. 많은 말들 가운데에는 여전히 나를 변명하고 증명하고 뽐내려는 내가 있다.
행복하다는 기분을 느낄 때마다 이 시간도 금세 지나가리라는 걸 확신하는 내 자아를 느낀다. 정점을 지나가는 자의 숙명일까. 불현듯 작아진 나는 다시 내 삶에 질서와 안정을 가져다주는 작은 반복에 눈을 돌리게 된다. 대책 없이 서글퍼지는 모든 순간들로부터 모난 내 모습을 둥그렇게 다듬을 수만 있다면. 그렇게 인정하는 걸 배우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