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와 죄책과 글쓰기
수치와 죄책은 주머니 안의 송곳과 같아서 일상의 사소한 바람에도 강한 화학작용을 일으켜 종종 분노로 표출되곤 한다. 잘 숨겨오던 것들이 와해된 통제력을 뚫고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순간이다. 숨겨진 자아는 고요한 게 아니었다. 그 억눌린 감정은 어떤 방식으로든 송곳처럼 주머니를 뚫고 나오는 법이다. 불행한 건 자주 그 대상이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일 때가 많다는 점인데, 이때가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그러나 그 상황보다 더 중요한 시기는 그 이후다. 왜 스스로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을까 자책하는 마음이 아니라 앞으로는 오랫동안 억눌린 감정과 생각을 건강하게 표현하며 위로와 치유를 경험하려는 시도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가 시한폭탄이 되어가는 건 시간문제다. 기억하라. 사랑하는 사람들이 먼저 다치게 된다는 것을. 그들을 진정 아낀다면, 나아가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안다면, 아니 사랑하기로 다짐한다면, 힘들더라도 과거로 돌아가 그 아픈 기억을 재방문하여 매듭을 지어야 한다. 상담도 좋고, 기도도 좋고, 묵상도 좋다. 그러나 자기만의 언어로 그 기억을 재해석하여 써내는 글이 가능하다면 이 방법을 선택하길 바란다. 글쓰기는 상담도 기도도 묵상도 모두 아우르며, 과거는 묻어 두어야 할 게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가능하게 하는 발판일 수 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하게 될 것이다. 한층 편안해진 모습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오늘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