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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웅 Sep 27. 2024

작가: 읽고 쓰는 삶을 살아 내는 자

작가: 읽고 쓰는 삶을 사는 자


편집자로부터 어제 바로 피드백을 받았다. 낯선 시선은 언제나 내가 쓴 글에 잠겨 무감각해졌던 나를 깨워 일으키고 객관적인 눈을 회복시킨다. 애정을 가진 첫 독자의 입김은 저자가 가장 귀 기울여야 하는 소리다. 편집자의 제안을 경청하니 나만의 텍스트로 엉성하게 구축되었던 숲의 윤곽이 비로소 체계적으로 보였다. 저자는 프로토타입의 몸을 창조해 내고 편집자는 그것을 개량해서 옷을 입힌다. 그렇게 글은 책이 된다.


요청받은 글, 마감이 정해진 글을 학창 시절 숙제처럼 여겼던 나는 과거의 나다. 한때 부담으로 여기던 글쓰기 숙제가 이젠 기다려지고 즐기게 된다. 노예라고 불려도 상관없다. 충실한 노예, 즐기는 노예가 되리라. 


읽고 쓰는 삶이 일상 깊숙한 곳으로 자리 잡아 그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은 이미 작가다. 작가가 저자가 되고 싶은 건 당연한 수순이라 생각한다. ‘작가’의 정체성과 ‘저자’와의 차이를 알려주고 글쓰기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귀 담아 들은 지인이 자기만의 글을 쓰겠노라고, 좀 더 치열하게 쓰겠노라고 다짐하는 것을 보고 기뻤다. 언제나 독자에 머물던 내가 어느덧 작가가 되었고 미래의 저자가 될 작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더 나누고 더 세우고 더 살리는 작가이자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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