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시작, Something: 작가 노트
글쓰기는 창조 활동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창조는 아니다. 글쓰기의 시작은 일반적으로 무가 아닌 유다. Nothing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something에서 시작한다는 말이다. 어떤 단어나 문장, 혹은 어떤 그림이나 자연 풍경 등이 발단이 되어 연쇄적인 텍스트들이 작가 내면에서 쏟아져 나올 때 글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글쓰기를 위해서는, 혹은 글쓰기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깊고 풍성한, 그리고 지속적인 읽기가 수반되어야 한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처럼, 단조로운 읽기는 단조로운 쓰기를, 얕은 읽기는 얕은 쓰기를 제조해 낸다. 단조롭고 얕은 글쓰기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본인이 쓴 문장을 어떻게든 아름답게 꾸미려고 애쓰는 것만큼 부질없는 짓은 없다. 바보 같은 시간 낭비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나는 그런 행위를 경박하게 본다. 허세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기억하자. 좋은 글은 아름다운 문장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작가에게 필요한 something은 작가 노트다. 책이나 그림이나 사람이나 자연을 읽고 머리와 가슴을 거쳐 떠오른 단어나 문장을 고스란히 담아 놓는 나만의 비밀 노트 말이다. 샘솟듯 계속되는 글쓰기의 비결이 될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겐 마법의 노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