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 있다는 것

아름다움 알아채기

by 김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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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할 때 아내는 굉장히 진지하다. 함께 템포를 맞추며 나란히 뛰던 그날. 비스듬히 들어오는 햇살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머리숱이 많은 그녀의 검은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그중 몇 가닥은 땀에 젖어 이마와 얼굴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그 순간 섬광처럼 내가 느낀 것은 다름 아닌 행복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땀을 흘리며 그 과정을 바로 곁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축복임이 틀림없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이처럼 더 잘 느낄 수 있을 때가 또 있을까.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두 눈이 내게 있음을 감사했다.


우리가 평소에 퉁명스러운 눈으로 보는 아침 햇살. 그러나 그 빛에 비친 아름다움. 드러나 있지만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 보려고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 이것들을 볼 수 있다는 건 어쩌면 기적과도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눈에 보이는 것들을 일부러 의식하려고 노력하며, 마치 엄마만이 모든 세상이었던 아이가 진짜 세상에 나왔을 때처럼, 마치 모든 게 신기하게 보이는 어린아이처럼 이 세상을 바라보면 어떨까. 우리가 좀처럼 기억하지 못하는 그때의 눈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탁해진 세상이 아닌 아직 아름다움이 남아있는 세상을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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