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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생의 해커톤 경험기

안녕하세요. 평범한 문과생입니다. 저는 지난 주말에 매일경제미디어그룹에서 주최한 <미디어톤> 이라는 해커톤에 다녀왔습니다. 미디어톤은 미디어를 혁신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미디어를 주제로한 해커톤입니다. 개발자분들이라면 해커톤에 대해서는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그 자리에 참여하면서 제가 생각하고 느낀 점들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이제 점점 무엇을 아느냐보다 해결할 수 있는가. 만들어낼 수 있는가가 중요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디어를 실제의 프로덕트나 서비스로 연결지어내지 못하면 아이디어의 존재가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지고 있는 생각을 고객이 친말하게 느낄 수 있는 요소로 만들어내어야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보통 생각은 컨셉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면서 구체화되거나 변형되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보다 현실에 보다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가지고 실제로 구현해보는 과정을 통해 현실성을 평가받고 현실적 감각을 배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톤에 참여한 한 팀의 아이디어 컨셉>


최근의 흐름을 보면 그 사람의 배경이 무엇인가보다 무엇을 해왔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중치가 더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해커톤은 그것을 실제 해볼 수 있는 좋은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발자분들에게 이건 더욱 중요한 요소라 판단되는 것이 있는데, 실제의 시장에서 필요한 것을 끄집어내는 마켓 센싱능력입니다. 필요를 읽어내고 그것을 구현해내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해커톤의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에만 집중했다면 해커톤에서는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까지 이어내는 종합적 프로세스로 경험할 수 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미완성의 형태일지라도 실제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팀플레이를 통해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해커톤에서는 크게 기획, 개발, 디자인의 역량기반을 가진 사람들이 팀을 이루어 주어진 기간동안 문제를 해결합니다. 원래 해커톤은 사내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외부의 개발자들에게 오픈해서 해결하려는 형태에서 출발했습니다. 톤(Thon)이라는 단어 때문에 장거리형태의 경주를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은 단거리 달리기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어진 짧은 시간에 문제를 정의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의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이 해커톤의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종류의 모임에는 민첩성이 무엇보다 요구됩니다. 모두가 같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잘해낼 수 있는 일을 맡아 조합하고 엮어내야 합니다. 문제해결을 위해 기민하고 신속하게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해커톤에서는 각자가 가진 역량이 겹치는 것 없이 문제해결에 필요한 최소수준으로 결합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터프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끊임없이 수정하고 발전해나갑니다. 별도로 거쳐야할 의사결정과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팀 내에서 매우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합니다. 작은 형태로 팀이 조직되고, 각자의 역량을 기반으로 잘해내야 하기 때문에 역량의 우위 또는 상대성을 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개발자로만 구성된 팀은 개발 자체를 잘하는데, 정작 문제해결에 필요한 요소를 정의해서 구현해내는 것이 부족한 경우를 보게 됩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에 아이디어가 좋고 개발도 잘 되어있으나 디자인 역량의 부족으로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그래서 다른 역량을 가진 사람으로 이루어진 팀으로의 결합이 중요합니다. 초기의 낯설음을 극복해내고 다양성을 팀의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우 보다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익숙함에 매몰되어 놓치기 쉬운 새로움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해커톤에서도 단일 역량기반으로 구성된 팀보다는 다른 역량 기반을 가진 조합의 팀이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준비된 사람들에게 장이 주어지면 기대 이상의 연결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번 미디어톤은 '미디어를 혁신하자'라는 취지로 만들어낸 해커톤입니다. 문제의 범위 자체를 규정하고 새로 세팅해야하는 기존의 해커톤과는 달리 미디어라는 큰 명제가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미디어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논의해왔던 사람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빠르게 문제의 범위를 정하고, 본질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미디어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자의 생각과 역량을 모으는 장으로 기능했습니다. 평소에 고민과 생각을 축적하던 이들이 만나니 창출해내는 폭발력이 매우 크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연결의 정도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깊은 상태로 연결이 되면 그 파급력이 크다는 내용입니다. 이번 해커톤에서 받은 가장 큰 느낌이 참으로 에너지가 크다라는 것입니다. 첫날부터 두려움없이 각자의 아이디어를 피칭하고 팀원을 모으는 강함, 늦은 시간까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내는 열정, 마지막 피칭을 위해 결과물을 구체화하고 종교하게 만들어내는 몰입. 이것이 이번 미디어톤을 뜨겁게 만들어낸 에너지의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깊이있는 역량, 관심, 에너지가 만나면 파급력이 큰 무언가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장이 바로 해커톤입니다.


해커톤의 목적은 문제를 잘 정의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모든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만능키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특정 문제에 맞는 맞춤 열쇠를 만들어내는 모양입니다. 열쇠까지는 아니더라도 문제해결의 실마리라도 구현해낼 수 있다면 그것도 얼마든지 발전의 여기가 있습니다. 문제해결 중심의 크리티컬한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기획, 개발, 디자인의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전문분야를 넘어 다양성을 이해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단기적으로 집중하여 의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해커톤의 가장 큰 의의가 아닐까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해커톤은 자신의 현재상태를 점검하고 새로움을 발견해낼 수 있는 장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기존 조직에서는 소속, 직위, 직급으로 자신이 정의되었다면, 해커톤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무엇을 해내었느냐로 자신이 판가름됩니다. 보다 객관적으로 솔직한 발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역량을 재정의하고,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 문과생인 제가 경험한 해커톤의 정의였습니다. 물론 제가 경험한 것을 기반으로 서술되었기에 객관성은 부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개발자, 디자이너가 아닌 분들도 해커톤에 적극 참여하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낯설고 다양한 것의 연결을 통해 만들어지는 결과물은 참으로 새롭고 의미있는 것 같습니다. 기존의 접근을 통해 생각해내지 못한 참신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해커톤을 통해 얻는 사람들과의 연결도 중요합니다. 몰입의 과정을 같이 경험한 이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는 결속을 보다 쉽게 합니다. 이렇게 연결된 사람들은 다르게도 조합될 수 있습니다. 이 자체가 새로운 연결의 시작입니다. 해커톤, 경험해보니 참으로 좋은 것 같습니다. 혼자 알기 아까울 정도로 말이지요.


<미디어톤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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