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지방직 시험은 6월에 있는데, 내가 지원하려고 했던 직렬은 다른 직렬에 비해 경쟁도 심하지 않고 시험 응시자의 평균 연령대도 높은 편이라고 했다. 수험 생활을 시작하기 전 단기합격, 독학단기합격, 기출단기합격, 인강단기합격... 등등, '단기합격수기'라는 검색어에 연관된 콘텐츠란 콘텐츠는 모조리 정독한 후 인터넷 강의를 결제했다. 5~6개월 단기합격을 목표로 하되, 아깝게 떨어지면 한 번 더 해서 최대 1년 반까지만 애써 보려던 심산이었다.
보통 유튜브나 카페에 단기합격수기를 올리는 분들은 4개월, 6개월 등 1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있는 힘껏 공부한 후 마땅한 결과를 얻어낸다.
그러니까 나는 이게 문제다. 그 사람들은 본인만의 방법으로, 본인만의 공부 철학을 가지고 수험 생활을 버텨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건데, 나는 늘 요령만 찾고 어떻게 하면 덜 노력해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까만 고민하다 보니 당연히 결과가 마음에 찰 리가 없다.
아침 9시에 독서실 출석체크를 하기 시작한 지 4개월쯤 됐을 때부터 나는 이미 내 글러먹은 버릇 때문에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수험 생활을 버텨내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직후 내가 고치면 그만일 버릇을 핑계로 공부하기 싫은 마음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절감했다. 시험까지 2개월 남은 시점에서 이미 그 순간 힘든 걸 견디고 싶지 않아 마음을 떼 버렸으니 제대로 집중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6월 시험이 끝나고 나는 각종 자격증들을 무작정 취득하며 진로에 대해 고민했는데, 사실 말이 고민이지 심적으로 너무 몰려 있던 탓에 깊게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곧 스물아홉인데 있는 거라곤 1년 반 가량 되는 보육교사 경력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활용 가능한 자격증들을 닥닥 끌어모아 24년으로 해가 바뀌기 직전 취업을 했다.
취업을 하기 전에는 아르바이트비로 한 달 벌어 한 달 카드값 갚아내며 살고 있었는데, 직장을 다니게 되니까 자연히 돈을 써야 할 일이 늘어났다. 적정선 안에서만 썼어야 했는데 꼬박꼬박 월급이 들어온다는 사실 하나에 눈이 멀어 할부를 애용했다. 그렇게 또 6개월가량, 이상하게 알바만 할 때보다 벌이는 나아졌는데 매달 나가는 돈이 도통 줄어들지가 않았다. 저번 달부터 부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우리 회사에서 주는 월급은 너무 적고, 내가 당장은 연봉협상을 해서 월급을 올리거나 이직을 할 수가 없으니까 다른 부수입이 필요하다고.
씀씀이 줄일 계획부터 짰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멍청한 짓이었다.
나는 또 유튜브에 부업을 검색했다. 유튜브를 메워야 한다.
아니다, 유튜브는 잘못이 없다. 사실 문제는 나한테 있다는 걸 나도 알고 있다.
아무튼 유튜브에 부업 치자마자 온갖 게 다 나왔다.
블로그 원고 대행, 스마트스토어, 워드프레스, 티스토리, 명상채널 만들기, 각종 ai부업 등등...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았다. 분명 퇴근하고 조금만 더 시간 투자하면 된다고 했는데 손도 너무 많이 가고, 도저히 퇴근 후 지친 몸 이끌고 몇 시간 깔짝여서 될 것들이 아니었다.
프로그램 쓰려면 부가적인 비용이 들뿐 아니라 워드프레스나 블로그나 뭐... 그런 걸 강의해 준다고 하는 유튜버들의 카페나 홈페이지에 찾아가 보니 단순 강의부터 컨설팅까지 코스가 다양한데 죄다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 선이고.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내가 뭘 해야 할지 또 머리 붙들고 한동안 고민하던 와중 발견한 게 지수 거래 부업이었다.
오늘의 진짜 소제목 : 지수거래부업절대하지마세요무조건사기입니다.
나스닥인지 뭔지... 매수 매도 양방향으로... 지수 거래를 해서... 뭐... 뭐더라...
내리기 전에 팔면 이득이고 오르기 전에 사면 그것도 이득이고... 어쩌고 저쩌고...
아무튼 영상 제목이 진짜 기깔나게 자극적이었다. 투자고 뭐고 하나도 모르는 사람도 알려주는 대로만 제대로 따라 하면 하루에 최소 이십만 원은 안전하게 벌어갈 수 있다고.
그러면서 실제로 막 한 달에 몇백 몇천 번 사람들의 후기를 들려준 다음, 꾸준히 하는 만큼 벌리는 거라면서 환갑이 넘으신 본인 조부모님이나 초등학생인 조카한테도 하게 해 줬는데 순식간에 몇만 원을 벌었다고.
고정 댓글에 오픈카톡 채팅방 주소가 있고, 거기로 들어오면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설명해 주겠다고.
머리가 있는 이상 잃을 리가 없는 투자고 직장인들이 퇴근 후 잠깐씩만 해도 너무 좋은 부업이라고.
심지어는 그 부업이 사기일까 봐 실제로 해 봤는데 사기는 아닌 것 같고 대신 그 사람들이 수수료를 얻어 가는 것 같다고 설명하는 제삼자의 영상들이 연관 동영상으로 잔뜩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