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학교에 가져갈 서랍 속 이야기보따리

이별하는 직업, 떠날 준비를 하며

by 솔아

12월의 학교. 시험도, 원서 작성도 모두 끝난 학생들은 한가로운 연말을 보내고 있지만, 이맘때 교무실은 오히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생활기록부 작성에 학년 마무리 업무까지, 책상 위엔 끝이 보이지 않는 일들이 쌓여간다. 그 바쁜 와중에 올해는 전보 내신이라는 막중한 과제까지 더해졌다.

내가 근무하는 지역의 교사는 기본적으로 4년에 한 번 근무지를 옮겨야 한다. 어떤 지역은 5년이라는데, 우리는 왜 4년마다 이 정든 곳을 떠나야 하는 건지. 툴툴거리며 내신서 작성을 위해 열어둔 엑셀 파일을 바라본다. 학교 이름과 숫자가 빽빽하다. 이 중 어딘가에 내가 새 둥지를 틀 학교가 있을 텐데,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한동안 멍한 시선으로 화면만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한다. 4년이라는 시간은 참, 짧다면 짧고 길다면 또 한없이 긴 시간이었다고.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져 가고, 직장은 인간관계를 만들러 가는 곳이 아니라고들 해도, 함께 일하는 동료와 마음이 맞지 않을 때 받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는 누구나 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참 복이 많은 해였다. 어느 해보다 학년실 선생님들과의 따스운 우정을 쌓았다. 길다면 긴 교직 기간 동안, 같은 실을 나누어 쓰면서 불편한 순간을 마주하지 않았던 건 아니기에, 이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안다.(일일이 그들의 행동을 흉볼 생각은 없다. 그들도 나름의 사정은 있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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