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을 춰줘요!

리듬에 맞춘 삶

by 솔아
리듬을 춰줘요~ 리듬 속의 그 춤을~!


오래 전 김완선씨가 부른 '리듬 속의 춤을'이라는 노래 가사이다. 대관절 이 리듬이 뭐길래 멈추지도 말고 리듬 속에서 춤을 추라고 한걸까.




딩동, 알람이 뜬다. 이제 매년 반복되는 굵직굵직한 행사들은 보지 않아도 뭔지 안다. 이맘 때면 다들 떠올리 듯 설 행사겠지.


발도르프에서는 이렇게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생활을 "리듬"이라고 한다.

1. 리듬

나는 이 '리듬'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계획, 구성, 규칙 등과 달리 내 귀에 이 단어는 음가마저 부드러운 '리듬'이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리듬에는 강제성이 없어 보인다. 계획은 때로는 나를 옭아매는 밧줄이 되어 지키지 않으면 죄책감이 들게 한다. 악기 연주자가 리듬을 잠시 놓쳐도 다시 선율을 찾아가듯이 리듬은 조금 흐트러지더라도 자신의 자리를 찾는다.
리듬도 틀어질 때가 있다. 시차가 다른 곳에는 우리의 생체 리듬이 망가진다. 칙적으로 반복되는 시간이 쌓여 형성된 몸의 흐름이 깨져 리듬이 장단 맞출 곳이 없어져 버린 탓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로운 시간에 발맞추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생체 리듬만 깨지고, 맞지 않은 것이 아니다. 크게 보면 우리의 하루가, 한 달이, 일 년이, 삶이 그럴 수 있다. 닥치는 대로, 눈앞에 보이는 대로 리듬이 없이 보낸 하루는 마구 두드려진 북처럼 불규칙한 소리가 뒤섞인 소음일 뿐이다. 다시 리듬을 만들어야 악이 된다.

리듬은 반복된다. 반복은 예측을 동반하고, 예측 가능한 미래는 안정감을 준다. 시간의 구성이 같고, 다음 단계가 일관성 있게 되돌아온다는 것은 관을 형성하고, 습관은 람들이 (스스로) 행동하게끔 힘을 길러준다.


2. 발도르프 유치원의 리듬

리듬의 시작은 일정한 시간에 등교해 인형놀이, 연극, 집짓기 등 자유 놀이를 하면서부터다. 놀이가 하루를 여는 리듬이 된다. 특정한 날, 특정한 시간에 아이들은 수채 그림, 밀랍 놀이 등 예술 활동을 하며 자유 놀이를 대신하기도 한다. 자유놀이가 끝나가는 시간이 되면 어른이 먼저 하던 작업을 멈추고 정리를 시작한다. 이때,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면 어린이들은 자연스럽게 함께 정리에 합류한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도 부드럽게 이어진다. 어떤 날은 명상을, 어떤 날은 마사지, 또 어떤 날은 이야기 나라가 아이들 세계로 온다.

하루의 시작은 자유놀이 / 예술 활동
갈래, 갈래, 나는 갈래~ 노래하며 정리정돈
활동과 활동 사이는 물흐르듯, 노래하듯 자연스럽게

사에도 흐름과 리듬은 존재한다. 식사 전 감사의 기도는 종교적 의미를 떠나 아이들에게 내가 먹는 음식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식사 후에 하는 기도도 마찬가지. 식사가 반복되는 만큼 감사하는 마음도 반복되고 생활 속에 녹아들게 한다. 전식부터 후식까지 식사의 순서도 반복되는 중요한 리듬이다. 순서대로 몸에 익은 식사 예절을 통해 저절로 밥상머리 교육이 이루어진다.

학교처럼 종이 울리지도, 선생님이 '자, 이제 끝!'이라고 외치지도 않는데, 모든 활동의 시작이 어디고 끝이 어디인지 아이들은 어떻게 흐름을 아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어른이 모범을 보이면, 아이들은 그 리듬에 맞추어 어른을 모방한다. 큰 물줄기를 타고 유영하듯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그 물길을 라가는 과정에서 모든 활동이 일어나고, 배움이 스며든다.


3. 계절(명절/절기)에 따른 리듬

발도르프의 모든 행사는 계절에 따라 이루어지는데, 우리나라에서(적어도 우리 아이가 다니는 원에서 이루어지는) 발도르프는 대게 '절기'에 따라 부르는 노래나 활동이 달라진다. 그래서 아이들도 절기 노래를 부르며 1년 동안 자연에서 시간의 흐름을 몸으로 익힌다. 계절의 흐름에 맞춘 활동 변화는 반복적이다. 즉, 특정 시기가 되면 어떤 활동을 하게 된다는 것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알고 있다. 내가 이즈음 울리는 알람을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봄이면 진달래 따다 화전을 부쳐 얌얌♡
식목일엔 뒤뜰에 꽃을 심어 토닥토닥
명절엔 한복입고 전통놀이를 한다.

반복되는 계절과 함께 명절과 각종 행사들이 되돌아오면 아이들은 즐거움을 가지고 축제와 의식을 기다리게 된다. 반복된다고 해서 매년 똑같지는 않다. 같은 계절, 같은 행사 속에서도 아이들은 다름을 찾아내고, 매년 같은 작업을 하더라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생각이 다. 변화하는 계절에 대해서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관계를 맺고 그 계절을 바라본다.

반복되는 리듬이 주는 안정감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좋은 습관이 형성되고, 예측 가능한 미래가 가져다주는 안전한 보호막이 만들어진다. 그렇지만 반복되는 경험을 한다고 해서 어른의 입장으로 그 경험에 대해 질문하거나 기억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그저 무의식 속에서 리듬으로 형성된 자연스러운 경험 통해 아이들의 마음속에 배움의 씨앗을 심을 뿐이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우리 몸도 서서히 새로운 리듬을 갖게 되듯이, 아이들도 조금씩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간다. 리듬에 맞춰 춤추듯, 유연하게 리듬에 따라 나만의 리듬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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