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점점 단조로워지면서 글을 쓰는 게 어려워졌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 쓸만한 글감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책상에 앉아보지만, 여전히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야 할지 막막하다. '브런치 작가가 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란 말이 정말 실감 나기 시작했다. 매일 머릿속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고민들이 깊어진다.
조용한 음악을 틀어두고 글을 써보려 자판을 두드려보지만, 떠오르는 생각이 없다. 이럴 땐 무념무상으로 집안일을 해본다. 그러다 문득 이야기가 떠오르면 바로 기록한다. 언제든 키보드를 열고 기록해 보겠다는 굳은 결심과 함께 집안일을 해치운다.
나는 전문 작가가 아닌 초보 작가다. 집안에 가만히 앉아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이쯤에서 책 한 편을 쓰기 위해 조용한 곳으로 떠나는 작가님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다양한 곳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것을 볼 때면 쓰고 싶은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한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을 놓치면 영감은 금세 허공 속으로 사라져 버리곤 한다. 아무리 애써 기억을 해보려 해도 다시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읽은 <다빈치의 비밀수첩>이란 책 속의 다빈치는 항상 질문을 던지고, 관찰한 내용을 수첩에 꼼꼼히 적어두었다. 그의 비밀수첩들은 나중에 발견되어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얼마 전 데니스 홍 교수님의 강연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항상 수첩을 들고 다니며, 길에서 본 것들을 그림이나 글로 메모해 둔다고 했다. 공원에서 엄마가 딸의 머리를 따는 모습을 보며 그 원리에 놀라워 메모를 남겼고, 그 메모가 로봇을 개발하는 순간에 큰 영감을 주어 결국 세발로봇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했다.
나도 다빈치와 데니스 홍 교수처럼 수첩을 들고 다니며 메모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뜬금없는 찰나에 떠오르는 생각을 잡아 글로 옮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지금 이 순간도 빨래를 개다가 번뜩 생각나서 급히 적어본다.
경험의 유무에 따라 생각의 폭이 달라지고, 이를 통해 두뇌가 활성화되니 글도 풍부해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출퇴근할 때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업무를 통해 여러 상황들을 접하다 보니 쓰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요즘 집에만 머물다 보니 오히려 생각이 단조로워진다. 반복되는 생활 속에 일어나는 일도 한정적이니, 글감도 사라진 느낌이다.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나는 그렇게 느껴진다.
요즘 아이들이 문해력이 부족한 것은 책을 안 읽은 이유도 있지만,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강연을 들었다. 글 쓰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지금 나와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 이전에 자라온 세대는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기회가 많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주로 집안이나 한정된 공간에서의 경험을 한다. 그마저도 인터넷 세계에서 경험을 쌓다 보니 다양한 사고를 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반드시 직접 경험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간접 경험도 도움이 된다. 소설을 읽거나 TV에서 접한 이야기가 내 삶에 닿아 글로 이어질 때가 있다. 우연히 만난 사람과의 대화를 나눈 경험이 글감으로 이어져, 다양한 시각에서의 공감에 대해 글을 쓸 수도 있다. 그렇기에 다양한 경험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
박물관을 자주 방문하고 이것저것 많이 접해 본 아이들은 확실히 같은 대상을 보아도 이해가 다르다. 눈으로 보고 듣고 직접 체험하는 과정에서 대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사실 직접 가지 않았더라도 영상이라도 접한 아이들은 이해의 깊이가 다르긴 하다. 한번 스쳐본 것과 직접 체험 사이엔 기억의 길이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이것만 보아도 경험이 글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다. 직접 느끼고 체험한 것이 나만의 진짜 이야기를 만들어준다. 더 다양한 글을 쓰기 위해 어떤 경험들을 끌어낼지에 고민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