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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게 제일 좋아.

엄마와의 시간은 최고의 놀이터

by 지혜여니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부족했던 워킹맘 시절,

아이와 효과적인 시간 보내기를 위해 선택했던 것은 하루 30분 놀이였다. 그마저 힘들 땐 주말만큼은 꼭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했다. 매일 30분 정도 눈을 마주치며 집중하는 것이 좋다는 육아서를 보고 따라 했지만, 30분 이상 채우기가 쉽진 않았다. 그냥 꼭 안아주기로 채운 적도 있다. 아이들은 처음엔 좋아하다가도 며칠이 지나면 금방 싫증 냈다. 좀 더 다양한 방법이 필요했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 외에 다양한 자극이 되는 놀이를 통해 아이와의 소통을 이어가고자 선택한 것이다.






퇴근 후, 어수선한 집안일을 뒤로하고 아이와의 시간을 보내긴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미 녹초가 된 체력과 해결해야 할 숙제 같은 집안일이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은 핑계 삼아 누워있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하루종일 엄마오기만을 기다렸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포기할 순 없다. 이미 지저분한 집안이라 더 엉망으로 만든다 해도 무리가 되지 않았기에, 버리려고 쌓아두었던 책들을 꺼내 탑을 쌓았다. 책과의 친해지는 방법 중 하나인데, 비싸고 소중한 책으로 하면 나도 모르게 욱! 할 수 있음을 방지하기 위한 방편이다.



꾸준히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가끔 책놀이도 했다. 책 내용을 통해 간단히 아이 안에 담긴 마음을 읽어보기도 했다. 그림책 수준이 생각보다 높아서 아이 속의 감정을 건들어주는 경우가 의외로 많았다. 표현하지 않았지만 상처받았던 옛 상황을 끄집어내기도 해 놀라움과 미안함에 함께 울기도 했다. 그런 시간들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던 시간이 되었다. 순간 펼친 장면 속에서 어떤 것을 느꼈는지, 아님 이와 비슷한 엄마의 이야기를 꺼내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이 수다쟁이가 된다. 아이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척 쉴 때도 있었지만, 적절한 추임새는 필수다.






책만으로는 아쉬워서 간단한 과학 실험이나 요리 활동 같은 놀이로 오감을 자극하기도 했다. 화산폭발실험, 물이 번짐 이용한 실험, 물과 기름의 관계 등을 통해 놀라운 과학원리를 배우기도 했고, 아이스크림 만들기, 쿠키 만들기, 카레, 돈가스 등 간단한 요리활동을 통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도 했다. 나도 처음 해보는 경험들 속에 어느새 아이보다 내가 더 빠져들기도 했다. 신기한 과학원리를 집에서 가볍게 배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도움이 되던지. 지금도 가끔 이야기한다.



"엄마, 그때 했던 실험들이 이런 원리였어. 그때 정말 재미있었는데 말이야."




각종 체험이나 박물관투어를 하면서 놀이를 통한 학습도 보충했다. 전쟁기념관, 한글박물관, 과학관, 각 지역 국립박물관들을 찾아가며 역사와 과학적 원리를 체험했다. 배경지식을 채우기 위한 책 읽기나 영상보다 직접 가서 보면서 나도 외출해서 즐겁고 아이 들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느라 즐거웠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아이들과 다양한 추억이 쌓였다. 사진첩 가득 담겨있는 옛 모습들을 보며 웃고 이야기할 추억거리들이 가득 채워졌다. 가끔 저장공간에 가득 쌓인 사진과 영상들을 보면서 그때의 기억들을 더 올려본다. 정확한 지식을 습득하진 않았어도, 그런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 자라면서 참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놀이를 쉴 틈 없이 채워오다 보니 지금도 엄마와 노는 걸 제일 좋아한다. 가끔은 너무 지쳐서 뒤로 미루기도 했지만, 더 커버리면 가장 아쉬울 시간이기에 최대한 놀기 위해 애썼다. 놀이터에서 뛰어놀기도 했고, 초등입학 전엔 아이들이 요리 및 간단한 과학 실험시간을 가장 신나 했다. 교회에서 기다리는 시간엔 함께 뛰어놀기도 하고, 배드민턴도 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만큼 애쓰고 노력했다.






가끔은 택배 박스집도 만들어 며칠 살아보기도 했고, 종이컵으로 다양한 쌓기도 했다. 집에서 놀기 위한 다양한 자료들을 인터넷에 찾아가며 제공해 주었다. 함께 놀다 보면 자연스레 아이들의 웃음이 넘쳐났다. 나도 같이 놀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간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이들의 행복한 미소를 발견하게 되면 정말 행복이 채워지는 기분이 든다. 살면서 쌓아갈 행복저장소를 어린 시절에 가득 채워두면, 힘들 때 가끔 꺼내어 추억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어린 시절과는 확실히 다른 아이들의 성장과정은 때론 안타까움을 줄 때가 있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세상 속에서 색다른 경험과 추억을 담아주기 위해 매일 노력해 본다.







아이들이 조금씩 자라면서 말놀이, 빙고게임, 여러 보드게임을 통해 함께 웃고 즐긴다. 주말에 가끔 부루마블을 하다 보면 두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곤 한다. 놀이의 형태도 차츰 변화했고, 그만큼 내 몸도 지쳐갔다. 엄마가 게을러진 것이다. ^^ 예전만큼 신나고 재미있는 추억들을 쌓아가진 못하지만, 지난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이야깃거리가 늘어난다는 것은 참으로 반갑고 좋은 일인 듯하다.







퇴사 후 아이들이 제일 기뻐한 건 엄마와의 시간이 많아진다는 사실이었다. 단순히 집에 엄마가 있어서가 아니라, 엄마와 놀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했다.




제법 커버리니 게임이나 유튜브에 빠지는 시간이 다소 늘어났지만 여전히 엄마와 시간 보내기를 즐겨한다. 너무 힘들 땐 엄마를 좀 놓아달라고 요청할 때도 있다. 각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나선 꼭 함께 장난을 치거나, 영화 및 보드게임을 하는 시간들을 만든다. 공부도 엄마와 하고 싶다고 해서 학원에 가지 않는 아이들. 그리 계속 붙어 있다 보니 잔소리가 자연스레 늘어나고 싸울 일이 오히려 더 늘어났지만, 여전히 놀이를 통해 시간을 회복한다.






어느새 사춘기에 슬슬 접어들다 보니 감정이 격해질 때도 있다. 그럴 땐 다시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웃음이 넘쳐나고 공통된 관심사가 늘어난다. 얼마 전 방학을 맞이한 기념으로 아이들과 보드게임카페에 갔다. 집에 있는 보드게임이 조금 지루해져서 새로운 보드게임을 사달라길래, 가까운 보드게임 카페에 다녀왔다. 새로운 게임들을 하나씩 해나가면서 또 웃고 즐거운 시간들로 채웠다. 처음 보는 게임들의 방법을 배우고 익혀서 서로 해내가는 과정 속에서 친밀감이 한층 쌓인다.





커가면서 놀이의 형태는 변했다. 그래도 함께 손을 잡고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박물관을 구경하던지, 산책하면서 시장을 다녀오기도 하고, 지속적으로 다이소를 방문하며 다양한 물건을 구입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로 변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렇게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 참 귀하고 소중하다.





점점 친구들이나 인터넷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겠지만, 함께했던 순간들을 추억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다. 더 늦기 전에 추억할 수 있는 추억거리들을 많이 만들어두어 참 다행이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엄마를 가장 좋아해 주는 아이들에게 고맙다. 이번 방학 동안에도 엄마와 같이 공부하고 책 읽고 배드민턴도 같이 치는 게 소원이라 말해주는 아이들이 있어 참 좋다. 어떤 계획들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지는 여전히 매일의 숙제처럼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소리하고 화내서 상처주는 엄마여도 같이 있고 싶다며 다가오는 아이들이 참 고맙고 사랑스럽다.



아이들과 함께할 내일이 기다려진다. 내일도 우리는 새로운 추억 한 페이지를 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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