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해 가는 거예요
아침 일찍 일어나 목욕재계를 하고, 하루 동안 쉴 틈 없이 이어질 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한다. 시댁이 가까운 곳에 있으니 조금 여유 있게 가도 되기에 출발 전에 미리 간단한 음식을 준비한다. 따로 하는 이유는? 내가 먹고 싶은 걸 하고 싶어서.
명절이면 늘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떠오른다. 시댁에서도 음식을 하지만, 제사를 지내지 않기에 온 가족이 먹을 정도로만 준비한다. 하지만 시댁의 음식은 온전히 그 집안의 취향으로 채워진다. 자연스레 우리 집에서 먹던 음식들은 자리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한두 가지라도 챙겨 가는 것이다. 명절 잘 보내기 위한 나만의 꿀팁이다.
또한, 아이들 입맛과 어른들 입맛이 다를 수 있으니, 아이들을 위한 음식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명절 전날은 더욱 바쁘다. 오늘은 언양 불고기, 고구마 전, 부추전을 만들 예정이다. 아들이 주문한 잡채도 만들 거다. 시댁에서는 명태 전 정도만 간단히 하기에, 함께 나눠 먹으면 더 좋기도 하다.
시어머니께서는 "늘 힘든데 미리 준비해 와서 고맙고 예쁘다."라고 칭찬하시지만, 사실 내 속마음은 다르다. '어머니,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해 가는 거예요.' 칭찬도 받고 좋아하는 음식도 먹으니 얼마나 '일석이조'인가. 취향과 건강 상태에 따라 입맛이 다 다르니 자연스레 음식 문화가 다른 것을 인정하고, 다양한 음식을 먹는 것이다. 내가 만든 음식이 인기 있건 없건 상관없이 나는 맛나게 먹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 고맙게도 MZ세대 조카들이 내 음식을 좋아한다. 외숙모의 색다른 음식을 먹는 재미를 즐길 줄 아는 조카들 덕분에 인기도 높아지니 참 만족스럽다.
시부모님 연세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준비하던 음식들의 양과 종류가 줄어든다. 늘 얻어먹던 시절에서 이젠 시댁에 가서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 공백들을 며느리로서 채워가며 좀 더 풍성한 명절을 가족과 함께 누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시어머니의 음식 솜씨가 좋으셔서 모든 음식이 다 맛있긴 하다. 며느리가 좋아하는 음식도 늘 챙겨 만들어주신다. 하지만 친정엄마표 음식과는 미묘하게 다르다. 곧 친정에 가면 온전히 내 취향에 맞춰진 진수성찬이 차려질 예정이니, 굳이 불평할 필요는 없다. 남편도 장모님 댁에 가면 똑같이 느끼겠지. 집안끼리 음식 문화의 차이를.
명절 음식 준비로 바쁜 다른 집 며느리들에 비하면 한결 수월한데도, 이상하게 두통이 오고 예민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가족과 하나가 되는 일은, 결혼 13년 차에도 여전히 쉽지 않다. 다름을 인정하고 하나가 되기 위한 팁을 한 해씩 쌓아가면서 그렇게 맞춰지는 것들이 늘어난다.
이번 설에는 음식을 조절해서 적당히 먹어 보리라 다짐하며, 서둘러 음식을 챙겨 시댁으로 향해 설날을 즐겁고 풍성하게 맞이해야겠다.
새해,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