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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시작을 알린 첫인상의 힘

좋은 만남을 여는 첫 단추

by 지혜여니 Mar 20. 2025


아이들이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이했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설렘과 낯섦이 공존하는 순간이다. 며칠 전부터 아이들이 "좋은 선생님과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해 주세요."라며 기도하는 소리를 들었다.  나 역시 아이들의 새로운 만남 속에서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해달라고 조용히 기도했다.






새 학기 첫날, 긴장된 마음으로 등교했던 아이들은 하교 후 기분 좋은 얼굴로 돌아왔다. "선생님이 너무 좋아!"라며 첫인상이 마음에 들었다는 말에 안도감이 들었다. 경험상, 첫인상이 좋다는 건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의미이기에 한결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아이들은 매일 즐겁게 새 학기를 시작했다. 아이들의 말을 듣다 보니 점점 담임선생님이 어떤 분 일지 더욱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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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학부모 총회 날, 학교에 방문해 전체적인 안내를 듣고 아이들의 담임선생님을 직접 만났다. 역시나 선생님들의 첫인상이 따뜻하고 신뢰감이 느껴졌다. 아이들이 표현한 그대로의 느낌이라 아이들이 시선이 놀랍고 신기했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처음'이라는 단어 앞에서 긴장과 설렘을 공유하고 있는 시간인만큼 학부모인 나 역시 같은 감정을 느꼈다. 선생님께서 학급 운영 방안을 설명하는 동안, 앞으로의 학교생활이 더욱 기대되었다. 선생님이 학부모들 앞에서 첫인상을 신경 쓰며 차분하게 말씀하셨듯이, 나 역시 부모로서 첫인상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지인을 통해 들은 적이 있다. 선생님들도 학부모를 보면 아이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길래 나도 모르게 더욱 신경이 쓰였다. 짧은 시간지만 그동안 아이들이 쌓아온 이미지에 좋은 인상이 유지될 수 있도록 조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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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와 둘째의 선생님을 만나고, 새로 오신 교장·교감 선생님도 뵈었다. 아이들의 자리와 사물함까지 살펴보니 더욱 마음이 놓였다.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과 상상하는 것은 분명 그 간극이 있다. 그래서인지 직접 학교를 둘러보니 앞으로의 학교생활이 더욱 기대되었고, 아이들에 대한 믿음도 커졌다.






물론,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보아 첫인상이 전부는 아니다. 좋은 첫인상으로 시작했지만 실망했던 경우도 있었고, 별 기대 없었던 사람이 진국이었던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첫인상을 판단할 때 겉으로 보이는 외모보다는 그 사람의 표정과 분위기, 말투와 태도를 살피며 최대한 신중하게 생각하려 한다.



그럼에도 좋은 첫인상은 앞으로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는 시그널이 된다. 하루하루 채워 가는 시간 속에서 좀 더 나은 관계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의 세상에서 맺어지는 인연들은 아이들의 감각을 존중하게 된다. 내가 대신 살아줄 수 없기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만의 시선과 감각을 키워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부모의 시선을 강요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직접 경험하며 배우도록 지켜봐 주려 한다. 올 한 해 시작부터 긍정적인 시그널을 느낀 만큼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줄 수 있는 기분 좋은 시간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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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문득 내 모습이 궁금해졌다. 나는 과연 어떤 첫인상을 주는 사람일까? 긍정적인 이미지를 남기고 있을까?




나는 상대방의 웃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나도 웃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예전에 어르신들을 만나면 무서운 표정으로 굳어진 분들을 보면서 신기했다. 어떻게 저런 모습이 나타날까 궁금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나도 나이가 들수록 한숨 섞인 날이 더 많아지면서 점점 표정이 굳어지는 걸 느낀다. 거울을 볼 때마다, 카메라에 찍힌 내 얼굴을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낯선 무표정을 발견할 때면 어색함이 밀려온다. 그러다 보니 늘 긍정적인 첫인상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자신이 없어진다.




첫인상은 단순히 겉모습을 꾸미고 꾸미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말투와 태도,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묻어 나온다. 나도 그런 품격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까지의 인연들 속에서 가끔 그런 사람들을 만난다. 나이나 성별, 능력과 사회적 지위를 떠나, 고유한 향기를 지닌 사람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조용한 목소리에도, 화려한 옷차림이나 비싼 소품 없이도 겸손이 묻어 나와 따뜻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화려한 겉모습과 뛰어난 언변을 가졌음에도 첫인상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다. 그런 경험을 하다 보면 결국, 첫인상이 전부는 아니지만, 첫인상에서 느껴지는 어떤 '향기'는 오래 남는다. 동시에 사람을 쉽게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걸 배운다. 그래서 신중하게 사람을 살피고, 천천히 관계를 맺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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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첫인상을 판단하기보다, 나 스스로 좋은 첫인상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세상에서 모든 인연을 깊이 있게 경험하기엔 시간이 한정적이다. 그렇기에 첫인상에서 받는 느낌은 때론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렇지만 그 첫인상 속에서 따뜻한 향기를 풍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귀한 인연을 찾아 연결해 가면서 살아가는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지길 바란다. 지금까지 크게 나쁜 사람을 만나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좋은 인연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이 세상은 참 좋은 곳이야"라고 느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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