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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울림, 바흐의 Missa in B minor

by 이제이

1. 작품을 향한 서두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Missa in B minor는 단순한 종교음악을 넘어 인간 영혼의 깊은 심연을 울리는 거대한 기념비와 같다. 처음 이 곡을 마주한 이들은 단순히 음악적 감동을 넘어 삶과 죽음, 나약함과 구원이라는 보편적 주제와 대면하게 된다. 나는 처음 합창 버전을 접했을 때, 압도적인 환희와 감동에 사로잡혔다. 그 경험은 단순히 ‘좋은 음악을 들었다’라는 차원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본질을 다시 묻는 순간이었다.




2. 바흐가 Missa in B minor를 쓰게 된 배경

바흐는 루터교 신앙을 기반으로 한 작곡가였으나, 그의 음악은 교파적 한계를 넘어선 보편적 신앙의 언어였다. 이 작품은 1733년 드레스덴 궁정에 헌정한 Kyrie와 Gloria에서 출발하였다. 이후 약 20여 년에 걸쳐 바흐는 미사의 나머지 부분을 보충하여, 결국 생애 말년에 하나의 완전한 라틴어 미사곡을 완성한다. 이는 루터교 지역에서 공식적으로는 전례에 사용되지 않았던 형식임에도, 바흐는 의도적으로 가장 보편적이고 영속적인 신앙 고백의 구조를 택했다. 그에게 이 작품은 단순한 의례 음악이 아닌, 자신의 전 생애와 신앙을 집약한 궁극의 작품이었다.




3. 시대적 배경과 음악적 위치

18세기 초·중반은 바로크 음악의 절정이자 전환기였다. 이탈리아 오페라가 유럽을 장악했고, 프랑스 궁정 양식은 화려함과 세련미로 음악적 모범을 제시했다. 독일에서는 루터교 교회음악이 풍성하게 꽃 피웠지만, 점차 고전주의의 간결한 양식으로 향하는 시대적 흐름이 일고 있었다. 바흐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오히려 자신의 음악적 정수를 응축하듯, 옛 양식인 푸가와 대위법, 그리고 당시 최신 양식의 아리아와 합창 양식을 결합했다. 그 결과 Missa in B minor는 한 시대의 종합적 결산이자, 후대에 길이 남을 음악적 보편성을 획득하였다.




4. 연주자와 작품에 대한 애정

이 곡은 작곡 당시부터 연주되기 어려운 대작이었다. 악보는 방대하고, 합창과 오케스트라, 독창이 모두 정교하게 맞물려야 했다. 바흐 사후 오랫동안 이 작품은 전곡 연주가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부분적으로만 연주되었다. 그러나 19세기 들어 멘델스존과 슈만 같은 음악가들이 바흐의 가치를 재조명하면서, Missa in B minor 역시 본격적으로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합창단과 지휘자들 중에는 이 작품을 일생의 과업처럼 여기며 공들인 이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카를 리히터 같은 지휘자들은 이 곡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해석을 통해 오늘날까지도 널리 회자되는 명연을 남겼다.




5. 청중의 반응과 감상 포인트

청중은 이 곡 앞에서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일종의 영적 경험을 체험한다. 특히 합창 버전에서 터져 나오는 "Kyrie eleison"의 절규는 인간의 나약함과 혼돈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삶의 고통과 불확실함 속에서 신에게 자비를 구하는 음성은 시대를 초월해 듣는 이의 마음을 꿰뚫는다. 이어지는 "Gloria"는 그 어둠을 뚫고 터져 나오는 환희의 빛처럼 들리며, "Sanctus"의 우주적 찬양은 천상의 조화를 묘사한다. 마지막 "Agnus Dei"와 "Dona nobis pacem"은 고통 속에서 평화를 갈망하는 인간의 목소리를 영원히 울려 퍼지게 한다.

이 곡의 감상 포인트는 단순한 화려함이나 음악적 기교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근원적 나약함과 삶의 혼돈을 정직하게 마주하는 과정에서, 음악이 어떻게 환희와 평화로 승화되는지를 느끼는 데 있다. 그 과정이 곧 이 곡이 주는 큰 감동의 원천이다.



6. 다양한 연주 형태와 접근

Missa in B minor는 전곡이 연주될 때 웅장함과 장엄함이 극대화되지만, 부분 연주나 축소 편성으로도 종종 연주된다. 현대에는 원전연주(피리어드 연주) 방식으로 당시 악기와 규모를 재현하기도 하고, 대규모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로 장중하게 해석하기도 한다. 각 방식마다 청중에게 주는 울림이 다르다. 원전연주는 섬세하고 투명한 음향으로 인간적 간구와 환희를 더욱 직접적으로 전하며, 대규모 연주는 압도적인 장엄함과 함께 영원의 차원을 열어젖힌다. 그 어떤 방식이든 이 곡의 본질적 메시지, 즉 인간의 나약함 속에서 구원을 갈망하는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7. 생전과 사후의 반응

바흐 생전에는 Missa in B minor 전곡이 연주된 기록이 없다. 바흐 자신도 이 작품을 실제 연주보다는 후대에 남길 영원한 신앙 고백으로 의도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후 한동안은 방대한 규모와 라틴 미사 형식 때문에 연주되지 못했고, 잊혀 있었다. 그러나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바흐의 위상이 재발견되면서 이 곡은 ‘종교음악의 최고봉’이라는 평가를 얻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단순히 바흐의 걸작일 뿐 아니라, 서양 음악사 전체에서 가장 숭고한 예술적 성취로 꼽힌다.




8. 나의 감상과 내적 울림

내가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특히 합창의 울림 속에서 인간의 나약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 음성은 혼돈 속에 있는 나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게 했고, 동시에 그 혼돈을 넘어서는 환희를 경험하게 했다. 바흐는 단순히 음악을 쓴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 자체를 오선 위에 새겨 넣은 듯했다. 그러하기에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나약함과 환희, 슬픔과 평화가 교차하는 인간 존재의 진실을 깨닫는다.




9. 시: 바흐와 Missa in B minor를 향한 헌정

어둠 속에서 자비를 구하는 목소리로 시작해
빛을 향해 영광을 노래하네

나약한 인간의 무릎 위에
영원의 화음이 내려앉고

혼돈 속을 헤매던 마음은
거룩하신 울림 앞에 잠잠해진다

바흐여, 당신의 오선은
눈물과 기도의 강을 건너
우리의 심장을 흔들고

끝내 평화의 이름으로 남으리라
Missa in B minor, 영원히.


추천 감상 링크

https://youtu.be/7F7TVM8m95Y?si=5xY0ou6vygtIQj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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