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포만이 물욕을 지운다

by 이제이

억압, 구속, 책임, 양심, 헌신, 도리, 순종, 두려움.
이 모든 것들은 밖으로부터 오기도 하고, 환경에서 비롯되기도 하며, 때로는 내 안의 생각에서 솟아나기도 한다.
분명 이는 자기만족을 방해하는 요소들이지만, 인간적 성숙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감정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적당한 지점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립의 늪에 빠져 평생 트라우마로 고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신이 아닌 모습으로 20년을 살았다.
모든 감정을 속에 눌러 담고, 그 안에 살까지 채워 몸집을 키웠다. 식탐과 물욕으로 허기를 채웠지만, 공허함은 늘 가슴 한구석 그림자 속에 쪼그린 채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27년은 나 자신으로 살았다.
부모와의 마찰도 잦았지만, 적어도 숨김없는 나였다.

마침내 지금, 3년째 나는 진짜 나로 살고 있다.
그동안의 ‘나였던 나’와 ‘나 아닌 나’가 버무려져, 마치 잘 반죽된 찰흙처럼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래서 지금을 살아내기에 딱 알맞다.


감사하다.
내 삶에 주어졌던 그 모든 것들이 결국 오늘의 나를 만들었기에.

이제는 식탐이 없다.
안팎으로 꽉 채웠던 살집도 훌훌 벗어던졌다.
더 이상 뭘 살 시간조차 없다.
왜냐하면 내 삶을 채워줄 것들이 너무나 많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관계라면,
내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
사람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인생의 목표가 비슷한 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


마무리

마음의 포만은 물욕을 지운다.
결국 내가 걸어온 시간과 겪어낸 감정들이, 지금의 나를 단단히 채워주었다.
비워낸 자리마다 새로이 들어오는 삶의 충만함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