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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된 그리움과 일편단심 - 한국가곡 〈마중〉

허림 시, 윤학준 곡

by 이제이

한국가곡 〈마중〉은 시와 선율이 절묘하게 겹쳐지며, 단순한 사랑 노래를 넘어선다. 가사를 곱씹어 보면, 이 노래는 기다림의 설렘보다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이를 향한 깊은 그리움과 애도의 정조를 담고 있다. 음악은 그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한없이 길게 이어지도록 풀어낸다.

시의 그리움, 곡의 멜로디로

“사랑이 너무 멀어 올 수 없다면 내가 갈게”라는 시의 첫마디는 부재를 인정하는 탄식처럼 시작된다. 곡의 멜로디 또한 갑작스러운 격정 대신 부드럽게 흐른다. 마치 추억 속 장면을 더듬듯, 레가토로 이어지는 선율은 절제된 그리움의 결을 닮아 있다.

추억의 소환, 절정의 서원

“그리운 저녁 얼굴 마주하고 앉아”라는 구절은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의 회상이다. 음악은 이 부분에서도 차분하다. 그러나 “그대여 내가 먼저 달려가 꽃으로 서 있을게”라는 마지막 대목에서 선율은 치솟는다. 이는 단순한 기다림이 아닌, 다시는 올 수 없는 이를 향한 서원의 절정이다. 시가 약속한 헌신이 음악의 상승으로 실체화된다.



여백의 리듬, 일편단심의 증표

리듬은 빠르지 않고, 구절 끝마다 길게 늘어지며 여백을 남긴다. 그 여백은 공허가 아니라, 오래도록 머무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마치 길 위에 서성이며 꽃처럼 서 있는 화자의 마음을 담아, 리듬은 절제된 정지와 이어짐을 반복한다. 이는 시가 담아낸 일편단심을 음악적으로 뒷받침한다.

시와 곡의 합일

〈마중〉은 이렇게 시의 이미지와 음악의 구조가 겹쳐지며, 절제된 그리움과 헌신적 사랑을 하나로 빚는다. 시인은 돌아올 수 없는 이를 향해 꽃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음악은 그 다짐을 부드럽게 흐르다 절정에서 고조시키며 영원히 이어지는 여운을 남긴다.




맺음말

〈마중〉은 표면적으로는 기다림의 노래지만, 시와 음악이 함께 어우러지며 애도의 노래이자 영속적인 사랑의 증언으로 완성된다. 절제된 선율과 담담한 리듬 속에서, 시인의 마음은 결국 꽃처럼 변해 남아 있는 자의 일편단심으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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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D, 기업교육 강사이자 아마추어 성악도이며, 1인 기업 CEO로 활동중인 프리랜서이고, 엄마 입니다. 삶과 여성, 자기계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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