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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바리 Aug 10. 2018

기회, 자격... 그리고 한발 물러서기!!

   

지금으로부터 4년 전쯤..
나는 내가 데리고 있는 팀장의 요청으로
신입사원 한명을 내 마음대로 채용했다

모르니까 가르쳐 주실 수 있잖아요?
아직도 그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조직생활이란 게 특히나 신입사원에게 참 어려운 게..
일단 입사하면 어떻게 업무분장이 이뤄지는지 모르고  
업무에 배정된다..
그렇다고 선임이나 전임자가 업무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줄 개인교수는
이 세상에 절대 없고..
오히려...
" 내코가 석자고 나도 바뻐 죽겠는데 갖들어온 어린 신입사원이 뭐가 필요한지 

뭐가 궁금한지 관심조차 없는 게 당연하다"



결국 신입사원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아주 어렵게 부여받은 업무 요청에 밤을 새워가며 고민하고 팀장에게 들이민 자료는
실수투성이인 데다 때로는 주제넘기까지 하니 구박덩어리로 전락한다..




팀장에게 신나게 깨진 신입사원은 그날 고주망태가 될 것이다


필자가  23년 하고도 5개월전 
신입사원 시절에 별명이 카피라이터였다..
마케팅 부서였기에 마케팅 문구 작성을 잘해서 카피라이터가 아니고
신입사원이다 보니 그 누구보다 일찍 출근해서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곤
선배들이 주는 자료 복사실 가서 복사하고 제본하고 그저 그게 내 일과였다..


나 자신에 대한 무능력에 요즘 유행하는 말로
내가 이러려고 어렵게 대학 나와서 어렵게 대기업에
취직한 건가?


그렇게 1년 6개월이 지나고 인사이동이 있었다...
그저 복사하거나 제본이나 하는 게 내가 할 줄 아는 게 다인데..
갑자기 선배들의 업무를 부여받았다..
사실 겁이 덜컥 났다..
내가 할 수 있을까?
1년 6개월이라곤 하지만 내가 잘하는 거라곤
인사 크게 하는 것 우리 부서와 연관된 다른 부서들이
하는 일에 대한 업무협조.. 그리고 가장 잘하는 건
복사와 DM 발송!!


© marianorossi, 출처 Unsplash


잘됐다.. 어차피 개뿔 일 할 줄도 모르니
한 살 이라도 어릴 때 사표를 내고 독립을 하자!!
...............................................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았다..
이미 나는 결혼을 한 기혼자였고 
아내는 임신을 한 상태이고..
모든 사람들이 그 좋은 대기업을 운 좋게 들어갔으면서
왜?
이 물음에 나는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 StartupStockPhotos, 출처 Pixabay


그렇게 울며 겨자먹기로 이전에 두 선배님들이 하던 업무를

혼자 책임지게 된 업무....
그러나 결과는 매우 달랐다...
1년 6개월 동안 그저 복사나 시장조사 DM 발송이 다였던 내가
복사를 하면서 선배들의 업무를 스스로 익혔던 것이다
선배들이 그저 나를 부서의 하나의 소모품으로 여겼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부서 내에 다른 팀들의 자료까지 항상 훑어보던 나 였기에
선배님들 처럼 전문가 수준은 아니었으나 업무를 해내기엔
충분한 소양을 1년6개월간 트레이닝 받았던 것이었다..


© gteddy, 출처 Pixabay


타부서 선배님들이 술 한잔 사준다면 무조건 따라가서 얻어먹은 술이
업무능력배양에 도움이 되었던 것이고
속된 말로 타부서로 인사이동 받았던 선배님들 가방모찌( かばんもち )노릇한 게
소위 업무에 대한 감 또는 눈치를 키워준 것이었다..




다시 4년 전의 신입사원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 친구를 외부에서 필자가 별도로 만나서 옳다구나 하게 된 건
딱 하나였다.. 그 친구에게 절실함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 친구는 입사하자마자 거의 밤새다시피 혼자 고민하고
일에 몰두하고.. 그런데 앞서 언급한 대로 그게 팀장 같은 베테랑한테
만족감을 줄 수가 있겠는가?
이 친구는 날이 갈수록 주눅이 들고 심지어 걷는 거 행동하는 거
밥 먹는 것까지 주눅이 들어있었다..
게다가 암묵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왜 이런 놈을 뽑았느냐는 

부서원들의 나에 대한 원망이 심해지는 때였다...


© strecosa, 출처 Pixabay


나는 그에게 필요 이상의 분노를 표출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곤 마음속으로 이건 널 강하게 키우는 채찍질이다 그러니 잘 참아내야 한다
는 말도 안 되는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그가 뭐가 필요한지 뭐가 궁금한지 관심을 갖고
모르면 가르쳐줄 수 있는 아량을 베풀지 못하고 있었다.



미생 대사 中
" 기회에도 자격이 있는 거다, 여기 있는 사람들 이 빌딩의
로비하나 밟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했는 줄 아나"


나는 위의 말에 동의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감정을 소비하는 건 참 힘들고 지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업무능력이나 소양은 되지만 업무의 전후 흐름을 모르기에 그래서
기회를 준다는 것에 대해선 찬성 하지만
그렇다고 나는 수십 년에 걸친 노하우로 쉽게 처리하는걸
너는 왜 그리 느려 자빠졌냐? 그래서 기회를 못준다 하는 건
반대하기 때문이다

© leiomclaren, 출처 Unsplash


벼랑 끝에 몰아넣고선 떨어지지 말라고 엄포 놓는 것과 뭐가 다를까?
재밌는 것은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
그는 결국 회사가 원하는(?) 대로 사표를 냈고
지금은 훨씬 견고하고 잘 나가는 회사에서 자기 몫을 2~3배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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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그저 서론이었고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겠다


위의 신입사원이 조직에 적응하는 과정의 예와 다르게..
소위 낙하산... 즉, 업무 경험, 업무에 대한 소양 심지어
회사 내부의 조직의 생리조차 전혀 파악되지 않은 최고 결정권자의
비호 아래 어느 날 과장, 차장, 이사로 훅 내려오는 경우가 있다..


난, 그들에게 이렇게 고한다...
나도 한 발짝 물러서서 이야기하는데
왜 너처럼 모든 것에 능력 부족인 사람이 
배우지는 못할망정 저놈 때문에 일을 못한다는 
핑계를 대는가?



미생 대사 中
" 전부인 것처럼 보여도 조금만 벗어나면 아주 작은 일부임을
알게 된다"



© austinban, 출처 Unsplash


최고 결정권자의 비호 아래 생색내기 좋은 위치인지는 모르겠으나
네가 생각하는 모든 것이 그저 손바닥 안의 작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말이다..
그저 털면 다 날아가고 남아있지 못하는..


감정을 소비하는 건 참으로 힘들고 지치는 일이다...
그나마 한 발짝 물러서나 관조적 입장으로 충고하니
가르쳐 줄 수 있는 거고
힘들고 지치는 거 알면서 나의 감정을 소비하는 것이다..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한발 물러서면 포효는 하되 질서와 업무를 가르쳐 주며
감정을 소비하지만...



© Alexas_Fotos, 출처 Pixabay


두발, 세발... 아니 멀찍이 떨어지면 미동조차 안 하는 종이 사자로 보일 것이다
그런데 놓치는 것이 무엇인 줄 아는가?
그래도 사자는 사자다!!
사자에게는 그 언제라도 목뼈를 한방에 부러뜨릴 강인한 앞발과
가죽을 한방에 벗겨낼 강인한 이빨과 강인한 턱이 있다
그는 그런 기회와 자격이 충분하다
그에게 한 발만 물러서게 해야 한다...
그게 실력도 검증도 없이 들어온 낙하산 그들이 발전할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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