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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Joo Lee Dec 08. 2016

잠꼬대

아이를 재우고 나면 아주 잠깐 나는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만 같다. 나는 그 시간이 매일 기다려지면서도 하루가 아쉽다. 요즘 겨울이 되어가고 첫눈도 내리고 종종 무척 추웠다가 해서 외출이 쉽지 않았다. 아기는 매일매일 쑥쑥 자라고 나는 항상 좋지 못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해 하루를 끝낸다. 전시와 관련된 일들은 이미 저 멀리 은하수 건너로 가버린 듯 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나는 아기 엄마가 되어 하루하루 일상을 지탱하기도 쉽지 않다. 좋은 글을 써내려가는 일도 멋진 그림을 그리는 일도 나에게서는 멀리 떠나가버렸다.

아직 유모차 바람막이를 사지 못한 것은 내가 게으른 탓이고 이미 7개월이 되어버린 아기 집에 놀이기구 하나 없는 것도 다 내가 모자란 탓이다. 종종 또래의 엄마들을 만나면 그런 걱정거리를 풀어놓는다, 내가 너무 못한 건 아닐까, 나만 너무 뒷처지게 아이를 키우는 건 아닐까. 이런 말을 하면 누구나 다 공감을 하는데 결국은 정답이 없더라고. 왜냐하면 정확한 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다들 그런 걱정을 하고, 고민을 해도 다 자기 스타일로 아이를 키우게 되니까 말이다. 완벽한 사람도 없고 완전 모자란 사람도 없는 것 같다. 모두 상대적이다.

조만간 올해가 끝이 난다. 이 문장이 나를 얼마나 슬프게 하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만 같다. 내가 해놓은 게 없다는 의미도 아니고, 엄마가 된 일이 버겁다는 것도 아니고, 지금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도 아니다. 정확히 그 뜻을 나는 설명하기 힘들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설명하기 힘든 일들을 많이 겪는지 모른다- 그저 어떤 명료한 이유없이 한해가 끝이 나서 또 새로운 시간을 맞이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나에게 마음이 저미는 일이라는 것 정도만 쓰겠다. 마치 김광석의 노래처럼... 멀어져 가는구나, 어딘가에서. 바로 그 시점에서. 마치 나는 아직 거기에 여전히 서 있는 것 같은데 말이지.

나는, 항상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은데 자꾸 시간이 흐를 수록 들어줄 사람이 없어지는 것 같다. 남편은 더욱 바빠지고 -우리를 먹여살리기 위해- 아이는 아직 대화가 어렵지만 조금 더 큰다해도 잘 될 것 같지 않다. 그래도 고마운 건 나를 보고 잘 웃어준다. 그림 그릴 시간은 없고 나는 끊임없이 말을 하지만 침묵하고 또 침묵해야 한다. 하루가 그렇게 지나가고 또 그렇게 간다. 하지만 너무 슬퍼하지 않기로 오늘은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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