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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Apr 07. 2024

내겐 너무 멋진 그대

참을 수 없는 제주의 무엇?

미안합니다. 미리 이해를 구해야 할 것 같아요. ‘참을 수 없는 제주의 000’에 대해 논하겠노라고, 그에 관한 작문을  해보리라고 다짐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불편함을 찾을 수가 없었거든요.

  아 물론, 약간의 불편함이랄까? 아쉬움 같은 것은 왜 없겠습니까.


  예를 들어 ‘배송‘에 대한 문제가 있겠죠. 10,000원짜리 물건을 사는데 3,000원의 도서산간 배송비를 추가로 물어야 하는 아쉬움이라던가 심지어 제주 지역에서 나는 갈치를 홈쇼핑에서 파는데 제주지역은 배송이 안된다는 아이러니 같은 것 말입니다. 그래도 뭐, 사실 저는 집 앞 100m에 있는 식당까지 가기도 귀찮아서 배달의 민족에서 9,000원짜리 분식을 시켜먹으면서도 2,000원 배달료를 기꺼이 지불하는 그런 녀석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참을 수 없다.‘ 에 좀 더 집중한 꺼리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제가 제주에 살면서 참을 수 없는 것은 대략 이런 것 들입니다.


  첫째, 벚꽃을 머금은 듯 보드라운 핑크색을 띄는 매직 아워의 하늘.

  제주는 고도 제한 때문에 높은 빌딩이 별로 없어요. 덕분에 아주 커다란 하늘을 매일 머리 위로 가득 짊어지고 다닐 수 있는데요. 가끔 집으로 오는 길에 불그스름 물들어버린 사랑스러운 녀석의 부끄러움을 마주할 때면! 그때는 아무리 쌩쌩 달리던 평화로(제주의 나름 고속도로 같은 곳입니다.) 일지라도 반드시 갓길에 차를 세우고야 마는 것입니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처럼 아주 찰나의 그 시간을 제 시세포에 꼭 새기고 싶으니까요.


  둘째, 물이 펑펑 하늘에서 쏟아지는 다음 날, 혹은 그 주 어느 일의 사라오름.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한라산 중턱에는 제주에서 쉬이 보기 어려운 호수를 품은 오름이 하나 있습니다. 이름도 고급스러운 ’사라오름‘이 바로 그것이지요. 성판악 코스로 들어서면 제 더딘 발걸음으로는 2시간 정도 걸려야 호수를 볼 수 있는데, 비가 와장창창 온 날 뒤에는 호수 주변 데크까지 가득 찬 물을 발로 휘휘 저으면서 어린아이처럼 걸어다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같이 연달아 하늘이 폭포를 부어대는 날이면 은근히 기대를 하게 된답니다. 아아, 그 호수와 혼연일체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하면서 말이죠.


  셋째, 하늘이 거울처럼 맑아 지구 너머의 빛들을 가득 품을 때.

  365일 중 180여일이 흐리고 비가 온다는 제주이지만,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창으로 변신하는 날들이 가끔 있답니다. 그럴 땐 무조건 1100고지로 갑니다. 휴게소 불빛 말고는 주변에 인공 빛이라고는 하나 없는 그곳, 사슴 동상 옆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면 반짝이는 천체들을 한가득 지켜볼 수 있답니다. 마치 금고안에 숨겨놓은 보석상자를 열어 보는 기분이랄까요? (네… 물론 집에 금고도… 보석도 없습니다만)


  그 외에도 눈이 오면 썰매를 타러가고 싶다던가, 햇살 쨍한 날이면 원앙폭포의 짜릿한 온도를 느끼고 싶다던가, 제가 참을 수 없는 제주는 계절마다 온갖 것들로 유혹을 해대는 자연 그 자체입니다. 제주 오리지널 친구들은 아마 좀 더 살면 그 콩깍지 벗겨지지 않겠냐고 하지만. 아아!!! 내겐 너무 멋진 제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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