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 분석해 보는 행복
와트는 과학과 수학 쪽에 재능이 뛰어났지만 학교에 다니는 것도 어려울 만큼 병약한 유년기를 보냈다.
가세마저 기울던 18살 즈음에 런던으로 가서 재능을 살릴 수 있는 기계공 일을 배우지만, 당시 기득권이었던 상공업조합 길드의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강제귀향하게 된다.
먹고살기 위해 작은 공업소라도 운영해 보려는 소박한 시도마저도 길드의 방해로 실패하고 만다.
불행은 인생역전의 빌드업
당시 과학기술분야에서 명성이 높았던 글래스고 대학에서 실험기구 제작과 수리를 담당하는 교내 공업소를 맡길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백수였던 와트를 발견하게 된다.
그곳은 와트에게 새로운 인생을 열어줄 운명적 만남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날, 뉴커먼이라는 사람이 만든 증기기관을 수리하고 있던 와트는, 치명적인 단점 때문에 상용화를 못하고 있던 증기기관을 획기적으로 개량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증기기관에 일체형으로 붙어있던 응축기를 분리장착함으로써 에너지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는데, 뉴커먼의 기술로 탄생한 증기기관이 와트의 기술에 의해 널리 상용화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뉴커먼이 세계최초로 증기기관을 만든 사람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와트의 두 번째 운명적 만남은 존 로벅이라는 사업가인데, 그는 개량된 증기기관의 가치를 알아보고, 증기기관 상업화에 필요한 자금과 특허비용을 모두 지원했다고 한다.
뛰어난 안목을 가진 18세기 엔젤 투자자의 성공투자 스토리인 셈이다.
위대한 발명가 vs 독과점 사업자
역사의 카테고리는 제임스 와트와 토마스 에디슨을 세상을 발전시킨 위대한 발명가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수십 년 동안 발명을 독점하고 타인의 기술개발을 가로막았다는 점에서는 독과점 사업자의 원조이기도 하다.
당시 영국법에서 특허존속기간을 15년으로 규정하고 있었음에도, 와트는 증기기관 특허의 존속기간을 25년으로 연장하는 데 성공하였으며, 값비싼 로열티로 고통받고 있던 업계의 극심한 반발과 함께 특허권 폐지 청원운동을 유발하기도 했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이 자기의 발명을 잘 이해하지 못하도록, 난해한 용어를 사용하고 도면을 생략해 가면서 특허명세서를 작성했다는 썰도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수십 년간 로열티를 받으며 사익적 혜택을 누리면서도, 기술을 사회에 공개하여 기술발전을 촉진시키자는 특허제도의 공익적 측면은 외면한 것이다.
에디슨 역시 자기의 직류 전류사업을 지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테슬라의 교류 전류기술의 시장진입을 방해했던 전기산업계의 지독한 기득권이었다.
인생에 영원한 행복도 영원한 불행도 없는 이유
가끔씩 매스컴을 통해, 부족한 게 전혀 없을 것 같은 재벌 2,3세의 마약 일탈이나 자살 등의 불행한 소식을 접할 때가 있다.
그들의 외적인 삶 이면에 어떤 불행요소들이 있었는지 자세한 상황을 알 수는 없지만, 인간은 태생 자체가 행복을 길게 유지하기 어렵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인간의 감각과 신경은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는데, 동일한 자극이 계속 유지되면 신경이 점점 무뎌지면서 반응하지 않기도 하고, 자극이 변화하더라고 차이가 너무 작으면 변화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어두운 극장에서 밖으로 나온 직후에는 빛의 변화를 쉽게 감지하지만, 매일매일 우리집 백열등 빛이 아주 조금씩 약해지는 것은 감지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돈이 엄청나게 많으면 평생을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돈의 풍유로움이라는 자극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면 우리의 감각과 신경은 무뎌지고 행복감은 점점 줄어든다.
만족감은 그 자체로 오래가지 못하고 훨씬 더 강한 자극을 원하거나 새로운 자극을 원하게 된다.
내가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고 우리의 태생이 그러하다.
그와는 반대로, 불행은 행복으로 가기 위한 빌드업일 때가 많다.
무언가가 부족한 상황은 극복의지에 동기를 부여하고, 노력이 가져온 상황의 변화에 우리의 감각과 신경이 행복하게 반응한다.
그렇게 얻어진 감사의 마음과 성실한 태도는 더 큰 변화로 가기 위한 영양분이 되기도 한다.
사족을 더 붙여보자면, 제임스 와트도 건강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과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헤매던 청년시절이 있었기에, 성공적인 인생2막을 맞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재능있고 노력하던 와트에게 백수라는 불행의 시기는, 글래스고 대학의 헤드헌팅에 포착될 수 있는 기회와 운명적 만남의 토대가 되었다.
만약 학교에 다니면서 도제수업을 받고 길드에 소속되었다면 그저 평범한 공업인으로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불행했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재산은 물론 명예까지 얻었음에도, 감사함과 행복함은 오래가지 못했던 것 같고, 더 많이 가지려는 욕심을 부리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원망 속에서 말년을 보냈다는 것이다.
인생은 참 오묘하다.
참고 : 헬로디디(http://www.hellodd.com)